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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손 놓은 무역보험공사나 사기 당하는 은행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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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수출채권 위조사건의 피해 보험금 문제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은행들이 결국 소송전을 벌이게 됐다고 한다(한경 5월21일자 A1, 9면 참조). 지난해 10월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시작된 양측의 ‘네탓 공방’이 자율로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로봇청소기 홈시어터PC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던 모뉴엘의 수출 뻥튀기로 기업·외환 등 은행들이 입은 피해는 3500억원에 달한다.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을 지급 못 하겠다는 까닭은 은행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채권 매입과정에서 핵심 서류가 누락됐거나 비정상적으로 처리돼 약정상 보험금의 지급의무가 없다는 논리다. 은행들은 “공사가 7차례나 모뉴엘의 해외 수입업자를 방문했으면서도 사기대출임을 밝히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대출에 앞서 서류를 다 확인해야 한다면 무역보험공사는 왜 보험증권을 내줬느냐는 항변도 들린다.

양측 모두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둘 다 틀렸다. 정작 사고 때 보험금을 못 주겠다는 공사의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서류의 내용을 확인 못한 은행 역시 조금도 잘한 게 없다. 공사와 은행 모두 관료주의에 젖어 현장확인부터 소홀했다.

보험이라는 게 속성상 사기를 발생케 하고 도덕적 해이도 유발한다. 보험회사와 보험공사는 이점까지 십분 인식해 사고를 막도록 평소에 온갖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사고까지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인데, 막상 사고가 나자 은행 책임으로 돌려버리면 보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은행들도 도대체 거래기업을 어떻게 관리한 것인지 의문이다. 은행별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출채권을 받아주면서 거래기업의 공장이나 서류의 내용을 과연 확인이라도 해본 건가. 이러고도 관치 때문에 은행 자율성이 없다는 푸념이나 할 텐가. 극도의 무능, 아니면 뭔가 부정한 승인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사고를 유발해놓고 치졸한 ‘면피 공방’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뒤에도 제대로 된 손실분담 협의가 안 돼 수년씩 걸릴 법정다툼으로 가며 끝까지 책임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양쪽 모두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런 수준의 금융과 보험으로는 ‘무역한국’의 장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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