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상정책팀-한경 논설위원 'TPP 난상토론'
TPP같은 다자간 FTA 참여할 필요 있나
선진국이 주도…비관세 장벽 완화 효과 크다
TPP·FTA·RCEP 중 우선 순위는
모든 협상, 높은 개방수준 목표로 진행 중이다
[ 정리=심성미 기자 ]
한국 통상당국의 최대 현안은 미국 주도로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미국 의회가 최근 TPP 타결에 급제동을 걸긴 했지만 10여년을 끌어온 12개국의 TPP 협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타결 전까지 TPP 협상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몇 년 전 주어진 TPP 참여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한·미 FTA를 비준한 뒤 곧바로 TPP에 관심 표명을 할 순 없었다는 불가피론이 함께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은 20일 서울 중림동 본사 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TPP를 비롯한 정부 통상정책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토론회에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들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김학도 통상교섭실장, 정승일 FTA정책관, 유명희 FTA교섭관 등이 참석했다.
▷오형규 논설위원=한국은 FTA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TPP 같은 다자간 FTA까지 참여할 필요가 있는가.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다자간 FTA는 주로 선진국이 주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관세 감축 효과는 크지 않지만 계량화하기 힘든 정성적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 양자간 FTA로는 해결이 어려운 비관세 장벽도 완화된다. TPP의 경우 역내 기업 설립이나 투자에 지장이 없는 최상의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문희수 논설위원=한국의 TPP 참여가 늦어진 이유는.
▷김학도 통상교섭실장=일본은 2011년 11월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한·미 FTA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더욱이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과 국회 보고 등 1~2년이 걸리는 절차가 진행돼야 했는데, 2013년 초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고부터는 TPP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이 사실상 닫혔다.
▷안현실 논설위원=한국이 가입하지 않으면 TPP 협상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닌가.
▷정승일 FTA정책관=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시 협상 타결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높은 수준의 협정을 원했지만 브루나이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이 따라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한국은 한·미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굳이 TPP에 참여하지 않아도 그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단일 원산지 규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확신할 수 없는 시기였다.
▷차병석 경제부장=2012년 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TPP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한·중 FTA 등 산적한 현안 때문에 거절했다는데.
▷정 정책관=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 다만 당시 비공식적 자리에서 미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에 TPP 참여를 권유한 건 사실이다. 당시 한·중 FTA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그 이유 때문에 거절한 것은 아니다. 2013년 일본이 참여를 선언한 뒤엔 한국도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를 많이 했다.
▷서 실장=당시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를 비준시켰던 한국 정부 입장에선 한껏 끓어오른 반미 감정이 증폭될까도 걱정했을 것이다.
▷권영설 논설위원=TPP, 한·중·일 FTA,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중 무엇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나.
▷김 실장=‘무엇을 먼저 하겠다’고 정하면 그 자체가 협상에 부담이 된다. 모든 협상을 높은 개방 수준으로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이미 중국과 FTA를 체결했는데 한·중·일 FTA가 필요한 이유는.
▷김 실장=다자간 FTA에선 양자 FTA만큼 높은 수준으로 상품시장을 개방하지 못하더라도 서비스나 투자 규범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협상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한·중·일 지역에 통일된 서비스·투자 규범이 존재하는 효과를 내게 돼 세 나라 기업 모두에 도움을 준다.
정리=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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