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동윤 특파원)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기업인들이 정부(또는 공무원)를 비판하는 것은 금기시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한 관계자가 중국 공상행정총국의 짝퉁 유통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국 재계에서는 이 초유의 사태를 예의주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인터넷 기업들을 우대하자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중국에서 최근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SNS상에서 비록 지방정부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를 대놓고 비판한 한 기업인이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포럼의 연사로 초대된 것입니다. 중국내에서 호텔체인을 운영하는 오렌지 호텔의 최고경영자(CEO) 우화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지난 3월23일 자신의 위챗(중국 최대 SNS)에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호텔 사업을 하면서 각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때문에 겪은 고충을 가감없이 토로했습니다. 그는 특히 “중앙정부에서는 의욕적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사업 인허가를 내줄때 공공연하게 뇌물을 요구한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그가 올린 글은 하루밤새에 4만명의 네티즌들이 읽으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그가 지난 14일 베이징의 중난하이(중국 지도자들의 숙소와 주요 공공기간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열린 정부 주최 포럼의 연사로 나서 중국의 중앙부처와 베이징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대국민 서비스 개선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한 것입니다. 최근 틈만나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보신주의가 개혁정책의 실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한 리 총리는 이날도 중국 공직사회의 분발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합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공직사회는 변화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혹자는 최근 분위기를 “문화혁명때와 비슷하다”고도 얘기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정부와 공무원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큽니다. 중국 공무원들이 환골탈태한다면 중국의 국가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도 바짝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oasis93@hankyung.com(끝)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