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까지 급증 '설상가상'
"임금개편 없는 정년연장 땐 인건비 부담 25% 늘어날 것"
[ 강현우 기자 ]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인건비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60세 연장 등 인건비 상승 요인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36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평균 8.2%로 2013년(4%) 대비 두 배를 넘었다.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한 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13.8%에 달했지만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하지 않은 기업은 4.2%로 2013년과 비슷했다.
경총 관계자는 “2013년 말 대법원이 일정 기준을 갖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이후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임금은 야근·주말 특근 등 연장근로의 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이 오르면 사람을 뽑기 어려워 1인당 근로시간이 긴 중소기업이 특히 타격을 입는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疵?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부터 300명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60세까지 정년 연장이 법제화되지만, 이와 연계하기로 한 임금피크제 등은 의무화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2020년까지 국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2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도 국내 기업의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행 68시간인 주당 법정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최대 16시간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내 생산은 물론 근로자 소득까지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 감소→고용 감소→소비 감소→투자 감소→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논의도 현실화되면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경총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10% 높아지면 직장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절반을 내주는 기업의 부담이 2083년까지 최대 751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 등에서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 기업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환율과 노사 등 대내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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