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셰일업계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기만 하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급락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산유량 유지 전략이 미 셰일업체들을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자, 미 셰일업계가 “사우디의 승리가 아니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셰일오일 업체의 CEO들은 “생산량 감축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셰일업계에선 WTI 가격이 배럴당 65달러까지 오르면 셰일오일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전망치는 아직도 극단을 오간다. 세계 석유업계 거물인 티 분 피컨스 BP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원유가격이 지금의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더 올라 연말에는 75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인 플래츠의 반다나하리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 14일자 한경 기고를 통해 추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심지어 OPEC조차 10년 뒤인 2025년까지 유가가 1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최대 76달러까지 갈 수 있지만, 거꾸로 4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더 오래 버티는 쪽이 최종 승리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불확실한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재정은 원유판매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재정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유가가 100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 러시아는 120달러, 베네수엘라는 130달러는 돼야 재정을 끌고갈 수 있다. 이미 위기조짐이 보인다. 러시아는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9%로 추락했고, 베네수엘라는 외환보유액이 최근 12년간 최저치로 떨어져 정부가 보유한 금을 파는 지경이다.
석유전쟁은 진행형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소비량의 100%를 수입해 쓰는 한국으로선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다각적인 대안을 만들어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 혼자 처리할 일만도 아니다. 정유업체를 포함한 민관합동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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