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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문가가 책임지는 회계(會計)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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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리에 따라붙는 돈 문제
경리·회계는 전문가에게 맡기되
책임은 엄하게 묻는 풍토 조성을"

손성규 < 연세대 교수·회계학 >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판이 무척이나 시끄럽다. 이런 일이 기사화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두 단어가 있다. 경리와 회계다. 그러나 과거 기업의 정치자금 헌납이 관례화되다시피 하던 시절에도 회계장부 어디에서도 ‘정치자금’이란 항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수백 수천억원이 선거자금으로 정치권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우리 회계 수준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정치자금 수수가 구세대의 구태의연한 비리가 아니라 여전히 현실로 나타난다는 점은 무척이나 개탄스럽다. 물품 대금을 부풀려서 청구하고 그 차액으로 비자금을 마련해 해외로 빼돌리거나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장 전형적인 분식회계 형태다. 사회의 명망가로 구성된 기업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이런 비리를 알고도 눈감아 줬다면 모두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이사회가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사외이사의 업무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런 한계가 그들의 책淡?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면 직을 맡지 않아야 하고 주주로부터 책임을 위임받았으면 제몫을 해내야 한다. 분식회계로 인해 해당 기업이 상장폐지되면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경리나 회계는 회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며 이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매우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해당 기업이 정치자금을 마련했고 사용했는지는 검찰이 수사해서 밝혀야 하는데 경리나 회계를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아 발생한 손실은 모두 우리가 떠안게 된다. 물론, 회계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지식을 악용한다면 더 교묘하게 장부를 꾸밀 수 있지만 이는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예방해야 한다. 책임과 이에 상응하는 징벌만이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원칙이다. 미국은 자본주의가 가장 발전한 국가이지만 감독·규제 당국의 징계수준은 매우 가혹하다. 엔론사태 때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아서앤더슨이란 거대 회계법인의 문을 닫게 하는 철퇴를 가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감독기관 영어명칭(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의 ‘service’나 금융위원회의 행정 부서인 ‘금융서비스국’ 명칭이 적절한지 생각해 볼 문제다. 감독기관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섬기는 기관이 아니다. ‘authority(권위·권한)’ 같은 단어를 사용해 기관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맞다.

최근 회계업계에 회자되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300가구가 넘는 아파트단지의 회계감사는 공인회계사가 맡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수임료가 매우 낮은 탓에 건성으로 일을 해 아파트 회계장부의 문제점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터지면 회계업계의 蕩タ동?확장으로 인한 기회요인보다 책임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다.

모든 회계는 ‘측정의 문제’다. 측정과 관련된 일은 회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동시에 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이다. 회계전문가가 책임은 지지 않고 관련 일감만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감사위원회에 재무 및 회계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영국에선 이들 재무·회계 전문가는 해당 영역의 ‘최근 지식’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이고 있다.

전문가가 업무를 수행하고 또 책임을 지는 구도로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전문 자격증이 있는 회계와 같은 업무 영역일 경우, 이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들의 업무가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손성규 < 연세대 교수·회계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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