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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Biz] "자녀 어릴수록 부모 이혼 자기 탓이라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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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소송법 개정…전문 조정센터 설치 기대"
현실 속 '사랑과 전쟁' 5년째 지켜본 배인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갈등 줄이려 '객관식 소장' 도입
9개월 시행해 보니 반응 좋아
후회않는 결정 돕는 게 중요



[ 김인선 기자 ] 배인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5기·사진)는 2011년 가사소년 전문법관으로 부임해 가사사건을 맡으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부부의 갈등을 줄여 건강한 이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정법원의 몫인데 사건이 진행될수록 부부 간 갈등의 골이 되레 깊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판사실에서 만난 배 판사는 “이혼소장을 보면 배우자의 잘못부터 열거하게 돼 있다. 소장을 받는 순간 이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람이 있을 정도로 소송을 하면서 사이가 더 나빠지는 원인이 됐다”며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무색투명하게 작성하는 게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고 동료 판사들의 공감을 얻어 나온 게 ‘이혼소송 객관식 소장’”이라고 설명했다.

객관식 소장은 상대방의 잘못을 일일이 나열하는 서술식 소장과는 달리 자녀 양육과 재산 분할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객관식으로 체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제기된 이혼소송 사건 3737여건 중 21.1%가 객관식 양식으로 접수됐다. 그는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다”며 “1년여간 시범실시 해보고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판사가 심리하는 법정에선 사건 당사자들이 상대를 비방할 수 없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 있었던 경우 이혼하고 나서도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싸움을 계속하더라”며 “상대가 재혼하자 그의 행복을 방해하려고 양육비를 청구하는 부모, 오기로 양육자 변경청구를 하는 부모, 일부러 아이를 못 만나게 막는 부모 등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혼은 대물림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부모가 이혼했다는 부채의식에 시달립니다. 더 크면 비양육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남은 부모가 자신을 버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은 정서와 감정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을 쉽게 배우자로 선택하고,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많지요. 결혼생활이 불행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는 “몇 년 전 성본 변경 허가 사건을 맡았어요. 중학생 아이가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아빠 대신 엄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죠. 심문기일에 모두를 한자리에 불렀습니다. 아이 아빠는 ‘미안하다’며 죄인처럼 앉아 있고 아이는 아버지 쪽으로 얼굴도 돌리지 않더군요. 심문 도중에 부자에게 조건 하나를 내걸었어요. 휴정 시간에 부자가 손잡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오라고요. 나갔다 온 뒤 서로 얼굴을 보더군요. 심문이 모두 끝난 뒤 다른 ‘명령’을 하나 내렸어요. ‘얘야, 아빠 꼭 안아드려라. 널 얼마나 보고 싶었겠니’ 하고 말이죠. 아빠한테도 ‘제 부탁이니 아드님을 꼭 안아주세요’ 했습니다. 두 사람은 끌어안은 채 한동안 눈물을 흘렸지요.”

그는 가정법원의 역할은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혼소송 중인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감정 완화입니다. 이혼하면서 겪은 고통을 자녀가 다시 겪지 않도록 원망과 비난에서 벗어나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지와 원조가 필요해요.”

그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 “가사소송법이 24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데 기존 가사재판에서 소외됐던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증진하고, 전문적인 조정역량을 갖춘 가사조정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들어가 있습니다. 빨리 입법이 되길 기대합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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