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광 기자 ] “경영권 견제 수단만 있다면 중소기업은 단기실적에 급급하지 않는 가족기업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
피터 딜로지 와트로 회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미국 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딜로지 회장은 1922년 그의 조부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설립한 산업용 열시스템 전문기업 와트로를 1999년부터 이끌고 있는 ‘3세 경영자’다. 매출이 커지고 역사가 오래되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게 보편적인 미국에서 드물게 가업을 잇고 있다.
창업 후 지난 93년간 가족기업 형태를 벗어난 적이 없다. 현재 140여명의 주주 대부분이 친인척들로 이뤄져 있다. 와트로는 산업용 히터와 온도조절 센서, 이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및 소프트웨어 등 열시스템 관련 시장에서 ‘강소기업’으로 이름나 있다.
그는 “가족경영 형태여도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부에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와트로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는 반드시 분기에 한 번 이사회에서 경영성과를 평가받는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CEO는 급여가 삭감되고 임원 교체가 이뤄진다. 이를 평가하는 이사회는 가족 중심이지만 외부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CEO 후보군은 가족 안에서 복수로 정한다.
딜로지 회장은 “회사 설립 101년째인 2023년 10억달러 매출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없이도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6개 해외법인 가운데 한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며 “한국 법인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에너지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와트로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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