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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한 소녀의 기개 배웠으면…"
[ 양병훈 기자 ]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 청계천변 십 전(錢) 균일상(均一床) 밥집 문턱엔 /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 이끌고 와 서 있었다 / 주인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 태연하였다 /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 십 전(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김종삼, 장편(掌篇)2>
김진태 검찰총장(사진)이 최근 검찰 간부회의에서 낭독한 시구다. 거지소녀가 10전짜리 동전 두 개에 불과한 전 재산을 털어 부모님의 생일상을 마련해주는 장면이다.
김 총장은 시를 낭독한 뒤 “가슴이 찡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가난은 죄악도 아니고 사회적 차별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며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렇듯 당당하고 의연하게 할 일을 다 하고 있는 소녀의 기개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김 총장이 가정의 달을 맞아 주요 검찰 간부들에게 시 전문을 들려줬다”며 “소녀의 기개를 언급한 건 검사들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이 공식석상에서 문학작품을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3년 검찰총장 직무대행 퇴임사에서 “늘 그리움으로 간직한 시”라며 이용악 시인의 ‘전라도 가시내’ 뒷부분을 인용했다. 화자인 ‘함경도 사내’와 대상인 ‘전라도 가시내’의 작별을 다룬 부분으로 오래 일한 검찰을 떠나는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사는 “김 총장은 법명을 얻을 정도로 불교 공부를 했고 평소 문학작품을 많이 접해 인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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