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이 경제부 기자) “정치권 말대로 국민연금 지급률을 올리려면 2080년까지 연평균 26조원의 세금이 더 필요합니다. 세금이 아닌 보험료를 올려 메우려면 국민들은 내년(2016년) 한해에만 34조5000억원을 더 내야합니다.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225만원을 걷어야합니다. ”
오늘(10일) 청와대가 한 국민연금 브리핑 내용입니다. 정치권 합의대로 지급률을 40%에서 50%로 올릴 경우 내년에 당장 225만원을 더 내야한다니 참 무시무시하네요.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연평균 26조가 더 필요하다는데 이걸 메우려면 당장 내년엔 34조5000억원을 더 내야한답니다. 필요한 건 1000원인데, 돈은 1500원을 더 걷어가겠다는 얘긴데요. 대체 이게 뭔 말일까요.
더 이상한 게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미래로 갈수록 연금을 받을 노인이 많아집니다. 2080년에 가까워질수록 들어가는 연금액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2080년까지 연평균 26조원이 든다고 하면 이 돈은 당장 내년에 드는 게 아닙니다. 주로 미래에 듭니다. 2080년에 가면 한해에만 61조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내년에 34조가 더 필요하다고 하는걸까요.
만약 올해 지급률을 40%에서 50%로 확 올려버린다고 칩시다. 그래도 당장 더 들어가는 돈은 한푼도 없습니다. 지급률 이상은 현재 받고 있는 노인(수급자)에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보험료를 내고 있는 사람(가입자)에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추가 재정 소요액은 초반엔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20년까지 가도 한해 추가 재정 소요액은 4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됩니다. 작은 액수는 아니지만 당장 내년에 34조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얘기와는 차이가 꽤 납니다.
사실 청와대가 필요하다는 내년 34조는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한꺼번에 16.7%까지 올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한 겁니다. 기금 고갈 없이 2100년 이후까지 연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까지 포함시킨 개념이지요. 하지만 브리핑 때는 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냥 지급률 인상으로 당장 내년 34조, 1인당 225만원을 더 걷어가게 생겼다고 겁만 줬습니다. 사실 지급률 인상으로 내년에 더 필요한 연금지급액은 수십억원 정도인데도요.
국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여야와 정부, 청와대까지 얘기도 다르고 제시하는 통계도 다릅니다. 웃긴건 이 모든 통계의 원본 자료는 딱 하나라는 겁니다. 똑같은 자료를 두고 극단적인 숫자만 끌어와 자세한 설명 없이 툭 던지니까 생기는 혼란입니다. 그럴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만 커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최근 국민연금 논쟁이 ‘숫자놀음’이 되는 게 우려되는 이유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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