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땜질 수정' 공무원연금…'역주행'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정치권에서 본격 토론과 논쟁을 벌인 지 1년여 만에 여야 합의로 타결됐다. 공무원들이 내는 돈을 5년간 30% 올리고, 받는 돈은 20년간 10%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70년간 333조원의 재원이 절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가입자가 2100만명이 넘는 국민연금을 손대기로 한 것이다. 명분은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적어지는 대신 공적연금을 강화, 다시 말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비어가는 국가의 곳간(재정)은 걱정하지 않고, 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해 오히려 재정부담을 키웠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골자는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내는 돈을 5년간 30% 올리고, 받는 돈은 20년간 단계적으로 10% 줄인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 경우 70년간 333조원의 재정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공무원연금의 첫 수령 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고,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올라갔던 공무원연금 지급액도 2020년까지 동결된다. 공무원연금을 내는 기간도 현재 최대 33년에서 36년으로 3년이 늘어난다.
반면 공무원연금을 받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최소기간은 현행 20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든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70년간 333조원이 절감된다고 해도 정부가 ‘적자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에도 불구, 70년간 매년 5조~10조원의 적자를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이 근본처방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거꾸로 가는 국민연금 개혁
정치권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2100여만명이 가입해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재 40%대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수령액이 자신의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의 얼마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월 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기간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눠 구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50%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월평균 소득 100만원인 가입자는 월 5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한마디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연금액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연금 가입자 입장에선 환영할 수도 있지만 사정이 그리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기금이 문제다. 여야 합의대로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가입자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다면 현재 20~30대가 노인이 되는 2056년에는 국민연금이 바닥난다. 다시 말하면 가입자에게 연금을 줄 돈이 전혀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 경우 挽떪?필요한 연금지급액을 젊은(근로연령) 가입자로부터 바로 거둬 충당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2060년 25.3%, 2083년 28.4%로 높아지게 된다. 정부 추계상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서도 국민연금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6~18%까지 높여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2배로 인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현재 성인이 받을 국민연금의 부담을 미래 세대가 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 연금을 ‘포퓰리즘’ 카드로
정치권이 국민연급 지급액을 늘리기로 한 것은 중장년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미래세대야 어떻든 당장 투표권이 있는 중장년층에게 혜택을 주고, 그 부담을 후대에 미루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하지만 더 이상의 세대 갈등을 막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이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정작 연금을 내는 국민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가 월권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연금액을 늘려 국민의 노후불안을 덜어주는 건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이다. 하지만 국가 재정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인기만을 위해 무작정 연금액을 늘리려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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