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국민연금 합의는 월권
정부 주도로 개혁안 만들어야
[ 박종필 기자 ] 새누리당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한구 의원(사진)은 5일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상향 논의는 명분은 개혁이지만 내용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연금에 대해 말할 권한이 없는 정치권과 공무원단체가 월권했다는 지적은 옳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가장 큰 독소 조항으로 20년에 걸쳐 지급률(은퇴 후 받는 연금액을 계산한 비율)을 단계적으로 0.2%포인트 줄이는 것을 꼽았다. 이 의원은 “20년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능해졌다”며 “지금까지는 공무원연금을 5년 단위로 재산정해 수급 조건을 정했는데 새로운 개혁안은 20년 동안 조금씩 줄이도록 묶어놨다”고 지적했다.
개혁을 주도한 실무기구와 국회 특별위원회의 전문성과 중립성에 대해서도 낮게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번 특위에서 전문가는 김현숙 의원 정도였는데 김 의원마저도 후반부에 논의에서 빠지면서 내용을 제대로 인지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되레 중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공무원, 국회 직원, 공무원단체 등이 실무기구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실패 원인으로 이 의원은 “공무원이 낸 돈을 가지고 자기들이 연금을 지급한다는 ‘자급자족원칙’을 이번에도 적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액 격차를 좁히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번 개혁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법은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세금을 더 걷는 것, 혹은 한국은행이 돈을 더 찍어내는 것”이라며 “그나마 현실성 있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문제는 고용주가 국민연금의 절반을 내는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이 사회적 기구를 또 만들어 국민연금 문제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중심이 돼 전문가들이 개혁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군인연금은 이미 거덜나 매년 1조5000억원가량 혈세가 들어가고 있고 사학연금도 몇 년 내 고갈될 위기”라며 “이 문제가 국민연금보다 우선적으로 논의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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