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희귀병 두 살 어린이에 국내 첫 동시 수술 성공
[ 이준혁 기자 ] 국내 의료진이 두 살짜리 아기에게 네 살배기 뇌사 상태 어린이의 소화장기 6개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명덕·장혜경·김지일·김상일·박재명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위장관 거짓막힘증’으로 생명이 위험한 신모군(2)에게 4세 뇌사아의 소화기계 장기(위 십이지장 췌장 비장 소장 대장 등) 6개를 이식, 건강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발표했다.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거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진행이 빨라져 장애 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되고, 영양결핍뿐 아니라 정체된 창자 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 번식, 감염으로 패혈증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 교수팀이 국내 처음으로 변형다장기이식 수술에 성공해 신군은 수술 후 5개월째 접어든 지난 1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명덕 소아외과 교수(67)는 “보통 장기를 이식할 때 간을 함께 이식하는 것을 ‘다장기이식술’이라 하고, 간을 제외한 다른 장기를 이식하는 것을 ‘변형다장기이식술’이라고 부른다”며 “간을 포함한 7개 장기를 모두 이식하는 다장기이식술은 국내에서도 이미 성공한 바 있지만, 이보다 어려운 변형다장기이식술은 신군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변형다장기이식술은 간을 떼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기 때문에 이어붙여야 하는 혈관 수가 훨씬 더 많고, 보다 정밀한 세부 수습과정이 필요해 다장기이식수술보다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형다장기이식수술의 성공은 한국이 미국 등 의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진은 신군의 장기 이식을 결정한 뒤 18시간30분 동안 대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신군의 혈관·담도 등의 위장관 5곳을 이어붙이고, 배설을 위한 장루 2곳, 급식용 장루관 1곳을 만드는 등 소화기계 6개 장기를 모두 이식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