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주도했던 유시민 前장관 "더 받으려면 보험료 더 내야"
[ 조진형 기자 ]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단행한 국민연금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주도로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법 개정의 핵심은 연금보험료율을 기존 9%로 유지하되 연금지급액을 생애 평균 소득의 60%(소득대체율)에서 2008년 50%로 조정하고, 2009년부턴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엔 40%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비교하면 소득대체율은 떨어뜨리고, 보험료율 인상은 철회한 것이다. 원래 정부안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까지만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을 9%에서 2030년 15.9%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2047년쯤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연금 존립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컸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신년연설에서 “한국에서는 월 소득의 9%가량을 보험료로 내고 평균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지만 스웨덴의 경우 소득의 18%를 보험료로 내고 평균소득의 40%가량을 연금으로 받는다”며 개혁을 촉구했다.
결국 여야는 2007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합의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만 60차례 이상 열린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국민연금 개정안이 통과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 재정을 걱정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삭감한 것”이라며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표가 지금 와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들고나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말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과 관련해 “독일의 경우에는 연금 보험료를 21% 내는데 우리는 9%밖에 내지 않아 연금을 많이 줄 수 없는 구조”라며 “국가는 어디 땅 파서 돈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가 저출산으로 인해 초고령사회로 가기 때문에 이념적 진보, 보수를 떠나 누가 살림을 하더라도 이건 돈 문제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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