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지나치게 관대한 문화
음주운전 경각심 낮춘 원인
선진국처럼 범죄로 다스려야
송자 <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광주광역시에 살던 33세 이모씨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과 함께 면허가 취소됐다. 그는 무면허인 채 대낮에 혈중 알코올 농도 0.127%의 만취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앞차 운전자를 비롯한 세 명이 숨졌고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법원은 이씨에게 “과거에도 무면허 음주운전 상태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음주운전에 어떻게 대처할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법원에선 맥주와 진통제를 섞어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승용차의 측면을 들이받아 두 명이 사망하고 네 명이 다친 사고를 일으킨 토머스 리처드 존스라는 운전자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 보석조차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 평결을 내렸다. 존스는 기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었다. 게다가 사고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법정 허용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우리는 술에 대해 꽤 관대하다. 중·고등학생만 돼도 제사를 지내고 나면 으레 음복 한 잔 건네는 게 다반사다. 대학 입학 후엔 선배들로부터 강요된 ‘사발식’을 거쳐야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상사가 주는 잔을 받아야 한다.
직장인들은 “전날 회식 때문에 늦는 건 괜찮지만 아파서 늦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한다고 한다. “운전 때문에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 “걸려도 어차피 벌금 몇 백만원으로 끝난다”고 개그 아닌 개그를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이 연간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국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12.3L다. 세계 190개국 중 15위, 아시아에선 1위의 영예(?)를 안고 있다. 이런 문화다 보니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범죄라기보다는 과실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20만여명의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4762명 가운데 592명이 음주운전으로 숨졌다. 100명 중 12명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세상을 떠난 셈이다.
온 국민을 공분에 빠뜨렸던 ‘크림빵 아빠 사건’처럼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음주운전에 관대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운전을 하지 않고, 하지 못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측정됐다는 것 자체로도 음주운전으로 간주해 이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건의한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르다” “국민적 저항이 심하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시 동승자까지 처벌한다. 일상생활에서 자동차가 필수인 미국에서조차 주별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추는 추세다.
우리가 정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침묵하는 잠재적 음주운전 피해자가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음주운전을 단순 과실이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앗아가는 악질적 범죄로 대처해야 할 때다.
송자 <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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