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3.2% 떨어져
美 1분기 성장률 부진 영향
[ 김은정 기자 ] 거침없던 미국 달러화 랠리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분기 부진한 성장률을 나타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하반기 이후 가팔라진 달러화 가치 상승 추세가 힘을 다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94.80으로 전 거래일보다 0.43% 떨어졌다. 7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달러화 가치가 7거래일 연속 떨어진 건 201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월에만 달러화 가치는 3.2% 하락했다. 한 달 새 달러화 가치가 3% 이상 하락한 것 역시 4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제로(0) 수준에 그치면서 달러화 강세론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국 리서치 업체 코너스톤매크로는 이날 투자보고서에서 “월가의 달러 강세론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때 오르고, 반대로 회복되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와 엔화 약세, 국제유가 하락으로 좋아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0.2% 증가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수석 연구원은 “성장률 쇼크 수준인 데다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이상 신호를 보이면서 오는 9월 이후에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연초만 해도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에 이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 강세론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20여개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를 결정해 달러화 가치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한 작년 6월 이후 3월까지 달러화 가치는 20%가량 뛰었다.
발 빠른 헤지펀드들은 달러화 투자전략을 바꾸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헤지펀드의 선물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주 32만4940계약으로 6개월 만에 최저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인 작년 11월 대비 4분의 1로 줄었다.
조너선 루이스 샘슨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말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경기 회복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한 것을 투자자들은 Fed가 달러화 가치 하락을 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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