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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밥솥·현빈 정수기·조인성 제습기…생활가전 '꽃미남'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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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닉스·동양매직·청호나이스
'외조하는 남자' 이미지 강조…3040 주부 마음 사로잡아
광고모델 남자로 바꾸고 1년새 판매량 2배 급증



[ 안재광 기자 ]
제습기 국내 1위 기업 위닉스는 2013년 배우 조인성을 광고모델로 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해 팔린 위닉스 제습기는 60만대가 넘었다. 약 25만대가 팔렸던 2012년보다 판매량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조인성 제습기’로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강훈희 위닉스 영업부장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수십억원을 들여 방송광고를 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며 “올해 조인성과 계약을 1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닉스·동양매직 등

냉장고 등 대형 주방가전 위주로 벌어졌던 남자 배우 영입 경쟁이 중소형 가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생활가전 렌털(대여)시장 확대를 꾀하는 동양매직은 최근 배우 현빈과 광고모델 계약을 맺었다. 모델료로만 10억원 가까이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기 가스레인지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품을 현빈을 내세워 알릴 예정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모델 장윤주, 배우 윤해영·김남주 등 주로 여자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했다.

청호나이스도 작년 8월 커피정수기를 출시하면서 배우 김수현을 내세웠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시장도 고려한 포석이었다. 김수현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을 양분하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도 각각 이승기와 장동건을 모델로 쓰고 있다.

○“감성적 만족에 초점”

주방·생활가전 업계에서 남자모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삼성전자가 김치냉장고 모델로 이승기를 써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전에는 사용자 층인 주부를 고려해 주로 여자 배우가 광고모델을 했다. 기업이 제품을 사용할 법한 모델들을 내세운 것이다. 여자 화장품 광고를 여자 배우들이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즘은 대부분의 생활가전 제품을 남자 배우들이 광고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중견기업까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방·생활가전을 구매하는 데 결정권을 쥔 주부 마음을 사로잡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종철 동양매직 과장은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은 주로 30대 중반부터 50대 주부”라며 “단기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꽃미남 배우만 한 모델이 없다”고 말했다. 윤희준 리홈쿠첸 팀장도 “광고모델 호감도를 조사해보면 전반적으로 여자 배우가 높게 나오지만 30~40대 주부만을 대상으로 하면 남자 배우의 호감도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생활가전 제품에서 기능을 중시하기보다 ‘감성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져 이런 흐름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남편의 모델’을 기업들이 제시하면서 판타지(환상)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생활가전 제품이 실용성이 아니라 즐거움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제품과 광고모델 간 궁합이 잘 맞는 게 중요했는데 요즘은 어떤 모델이 사용자에게 더 큰 감성적 가치를 주느냐로 바뀐 듯하다”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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