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칼럼
큰 키가 사회적으로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이의 작은 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엄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엄마들은 태어날 때부터 작았던 아이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하지만 작게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너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신생아 때부터 작게 태어나 ‘소아 청소년 성장곡선(신체발육 표준치)’ 기준으로 평균 신장보다 현저히 작다면 그때는 병원 방문을 통해 치료를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
‘또래보다 현저히 작게 태어난’ 신생아를 의학용어로는 부당경량아(SGA·small for gestational age)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또래의 기준은 엄마 뱃속에 있던 기간이 같은 아이들을 의미한다. 즉, 부당경량아는 엄마 뱃속에 있던 기간이 같은 아이들 대비 매우 작게 태어난 아이다. 신생아 100명 중 5명은 부당경량아로 태어난다.
부당경량아의 기준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성별에 따라 엄마 뱃속에 있던 기간별 출생 체중 또는 신장이 300분위 수(100명 중 작은 순서로 3등 이내) 이하인 소아를 뜻한다. 에컨대 엄마 뱃속 ?있었던 기간이 같고 성별이 같은 신생아들끼리 1번에서 100번까지 체중 또는 신장 순으로 세웠을 때, 앞에서 1~3번째에 있는 아이들이 바로 부당경량아에 해당한다.
부당경량아 자체는 병이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대부분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아이들의 성장을 따라잡는다. 실제로 SGA 아이의 80~90%는 만 2살까지 평균 신장 범위 내에 도달한다. 하지만 나머지 10~20%는 2~3살이 돼도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성인이 돼서도 결국 키가 작은 상태로 남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SGA성 저신장증’으로 진단하며, 이때부터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SGA성 저신장으로 진단받은 경우 다행히 성장호르몬 주사를 통해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매번 병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주로 자기 전 엄마가 아이에게 매일 일정한 시간에 주사해줘야 한다.
그러므로 사용 전 엄마에게 제대로 된 주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용하는 주사는 일반적인 주사기 모양 외에도 집에서 편하게 주사할 수 있는 펜 타입 등이 있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위한 진단 및 성장호르몬 주사 선택, 주사법교육 등 전반 사항에 대해서는 소아내분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이 좋다.
SGA성 저신장으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4살 때까지는 성장패턴을 관찰한다. 만약 4세 이상이 돼도 성장이 더디다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SGA성 저신장증 아이들에게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생겼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당경량아로 출생한 신생아 중 만 4세 이후에도 신장이 또래 팀絹湧?300분위 수 이하인 경우에는 현재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즉 태어날 때 현저히 작게 태어났는데, 만 4세가 돼서도 성장이 또래보다 더딘 아이들은 이제 치료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최진호 <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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