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파 최소화 의지… 학내갈등 불씨 남아
[ 김봉구 기자 ] 중앙대가 27일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74)을 새 법인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21일 박용성 전 이사장이 ‘막말 이메일’ 파문으로 물러난 지 엿새 만이다.
이같은 신속한 후임 이사장 선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중앙대는 박 전 이사장 사퇴 당시 공식 입장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개최해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격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박 전 이사장이 사퇴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중앙대 교수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판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한국 대학 역사의 학치일(學恥日)”이라고 규탄했다. “반드시 박 전 이사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도 했다.
긴급 진화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논란 확대를 막고,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학사구조 개편을 일단락 할 필요가 있었다.
김 신임 이사장은 “총장을 중심으로 구성원이 단합해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지금껏 추진해 오던 여러 가지 역점 업무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사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비판받아 왔음에도 불구, 이용구 총장에게 계속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날 이사회에선 학사구조 개편 내용이 담긴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신입생 모집단위 광역화가 핵심 내용이다. ‘학과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기존안(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엔 크게 못 미치지만 최소한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 총장은 “이제 학사구조 선진화가 실행 단계에 들어간 만큼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협의회(교협)와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중심으로 이 총장의 사퇴를 비롯한 ‘대규모 쇄신’을 요구해 온 교수들과는 입장이 엇갈렸다.
교협과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이사진 또한 박 전 이사장의 전횡을 제어하지 못한 공동책임이 있다. 이사회는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 “새 이사장 선임에 앞서 학내 구성원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단이 곧바로 새 이사장을 선임하면서 또 한 번의 갈등을 예고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새 이사장을 전격 선임했다”며 “쇄신을 바라는 구성원들의 뜻을 외면한 실망스러운 처사다.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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