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페럼타워 삼성생명에 4200억 매각
"모든 걸 다 던지겠다" 의지 반영
하반기 만기 회사채 상환할 듯
[ 김보라 기자 ] 동국제강이 준공한 지 5년밖에 안된 사옥 ‘페럼타워’(사진)를 팔기로 하면서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세주 회장은 올초까지만 해도 “페럼타워는 아직 팔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산 여력이 있다”며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적자 전환한 데다 철강 시황마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옥 매각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동국제강은 매각대금으로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이 하반기에 갚아야 할 회사채는 1700억원 규모다.
동국제강은 3년 전부터 중국산 철강재 유입, 조선 등 수요 산업 경기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해 5월부터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차입금 감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해 1499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 1월에는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산 매각 없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500억원이지만 총차입금은 4조6423억원에 달했다.
브라질에 CSP일관제철소를 지으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도 부담이 됐다. 브라질 철광석 회사 발레(50%) 동국제강(30%) 포스코(20%)가 총 24억3000만달러를 출자했고, 합작회사 CSP는 30억1920만달러(약 3조3610억원)를 빌려 나머지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동국제강은 지분 비율만큼 1조원 이상의 채무 보증을 섰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38.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동국제강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계획안 중 하나로 채권단에 페럼타워 매각을 약속하고, 올해 초부터 매수자를 물색하다 삼성생명과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이번 매각으로 현금성 자산이 9700억원으로 늘어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1월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하면서 부채비율이 207%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이번 페럼타워 처분으로 평가 차익이 1700억원 이상 발생하면 부채비율은 19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회사 상징인 페럼타워를 내놓은 것에 대해 채권단의 압박과 장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장 회장이 ‘모든 걸 다 내놓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장 회장은 페럼타워 초기 설계부터 공사까지 하나하나 챙기고 건물명도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럼타워의 ‘페럼’은 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따왔다.
회사 관계자는 “장 회장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장경호 창업주)로부터 ‘동국제강은 철로 시작해 모든 걸 철에 걸어야 하는 회사’라는 가르침을 받아왔다”며 “그 모든 게 담긴 건물을 매각한다는 건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고 자구계획 실행을 위해 모든 걸 던지겠다는 의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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