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14개월 영아 7명 거주
[ 이미아 기자 ] 서울 오류동의 한 언덕길 골목에 있는 이주여성지원센터. 지난 23일 오후 7시 이곳에서 개소 100일을 맞아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행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해 갓 돌을 맞은 지연이가 낯선 사람이 가득 모인 자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이주민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이자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해성 목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함께하니 정말 100일 잔치 분위기가 난다”며 “100일을 무사히 넘겼듯 앞으로 우리 센터가 이주여성과 아이들을 꾸준히 돌볼 수 있도록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1월14일 문을 연 이주여성지원센터엔 현재 7명의 영아가 지내고 있다. 이 중 4명은 엄마와 함께 거주 중이고, 3명은 24시간 교대 근무하는 자원봉사자 2명과 사회복지사 1명의 보육을 받는다. 아기들은 미등록 이주 아동 신분이기 때문에 국내 출생 신고가 안 돼 있다. 부모가 체류자격 없이 한국에 거주하거나 가족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비자로 한국에서 체류하다가 아이를 출산한 경우, 아동의 체류자격 기간이 만료됐을 때 법률상 미등록 이주 아동 막?분류된다.
아이마다 절절한 사연이 있다. 센터에 제일 먼저 입소한 지연이는 불법체류 중국인 부부의 딸이다. 태어나자마자 대형마트 앞에 버려졌다가 주민 신고로 발견돼 센터에 왔다. 생후 14개월 된 시에나의 엄마는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케냐 출신 ‘인도적 체류자’다. 시에나는 경찰에 쫓긴 기억 때문에 남자 어른을 무서워한다. 태국인 엄마를 둔 생후 9개월 남아 태양이는 신장병에 시달리다가 회복 중이며, 생후 2개월 막내 해피는 베트남인인 엄마가 아기를 센터에 둔 채 사라진 뒤 소식이 끊겼다.
김 목사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해도 이 아이들 역시 한국의 아이”라며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이주민이 낳은 아동을 보호하는 법률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