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닷컴 기획팀 기자 ] 코스닥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3개월 만에 700선 고지를 점령하며 급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15년 전인 2000년 닷컴 버블(거품)과의 비교 분석이 잇따르는 등 버블 우려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뿐만 아니라 중국 정보기술(IT) 거품 논란과 미국 나스닥시장의 '버블 트라우마'까지 회자되고 있는 탓이다. [한경닷컴 기획팀]은 닷컴버블과 금융위기 직전에 이어 역대 3번째 수준까지 뛰어오른 코스닥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분석, 현재 투자자들이 불안한 '주가 싱크홀' 위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과거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최근 '파죽지세'의 코스닥 시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주가를 보고 있자면 2000년대 초반 '코스닥 닷컴 버블'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3일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현재 코스닥시장의 과열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과거 과열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지 아니면 실적을 기반으로 퓽徨?랠리를 이어가고 있는지를 뜯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은 전날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전날 장 초반부터 상승폭을 키우며 720선까지 돌파한 코스닥은 오후 들어 급락세로 돌변했다. 빠른 속도로 낙폭을 키운 코스닥은 한때 5% 넘게 빠지며 67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코스닥 상승 주도주였던 내츄럴엔도텍의 돌발 악재가 주범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곳곳에서 나오던 '과열 우려'가 시장 전체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PER' 없이 날개 단 주가…상위 50곳 대부분 예상실적 몰라
기업들의 주가수준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s Ratio)이다. PER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다. 현재 주가가 기업이 실제로 버는 돈에 비해 몇 배 높게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상승한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경우 이 'PER'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가 힘들다. 통상적으로 PER 산출의 기준이 되는 올해 예상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PER를 구하려면 EPS를, EPS를 알려면 해당 기간에 대한 예상 순이익을 알아야 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지수가 700선을 돌파한 지난 17일까지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 50개사 중 국내 증권사들의 2015년 연간 실적 추정치(컨센서스)가 있는 업체는 산성앨엔에스 서울옥션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 3곳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계산되는 PER은 기업 실적의 12개월 예상치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실적 추정치가 없는 나머지 47개 기업은 사실상 PER 산출이 불가능하다.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 대부분이 실적과 주가수준에 대한 검증없이 무차별적 상승세를 이어온 셈이다.
◆ 코스닥 전체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최고 수준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기업들만 놓고 봐도 코스닥시장의 '과열 조짐'이 포착된다.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코스닥 기업 전체 PER은 현재 16.9배까지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치인 10.7배는 물론 최고점인 14.6배도 넘어선 수준이다.
PER과 함께 주가수준(밸류에이션) 평가에 사용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과거 대비 크게 올랐다. PBR은 현재 주가를 1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값이다. PER과 마찬가지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회사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닥 PBR은 최근 2.2배로 2008년 6월 이후 약 7년 만에 2.0배를 넘어섰다. 또 코스닥 PBR은 코스피 대비 200%를 넘어서면서 두 시장간 PBR 격차도 2002년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김성노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코스닥시장 PER과 PBR은 역사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코스닥시장과 중소형주 등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의 밸류에이션이 과거 IT버블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전날 급락 장세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며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신용잔고가 5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코스닥의 고평가 논란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민수·노정동·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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