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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KOREA] 융합인재 키운다면서…통합과학 교과서는 물·화·생·지 '짜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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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강해야 융합시대 승자 된다 (3) 문·이과 통합 교과, 개발단계부터 '삐걱'

문·이과 구분없는 공통 교과 개편안
내용 대폭 줄어 기초수준 저하 우려

교사들은 非전공분야 가르치기 부담
융합과학 물·화·생·지로 쪼개 가르쳐



[ 박병종 기자 ]
2018년부터 적용될 고교 문·이과 통합 교육의 핵심은 계열 구분 없는 교육이다. 수학 과학 사회 모두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 교과서로 가르쳐야 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첫 과제인 통합 교과과정 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최근 통합과학 교육과정 초안이 나오자 과학계는 융합 교육 취지에 맞지 않게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기존 교과 내용을 단순히 묶어 놓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교육 내용을 어디까지 담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토론식 수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통합 교과과정 초안에서 20%의 교육 내용을 줄여줄 것을 교과과정개정위원회에 요구했다. 과학계는 학생들의 기초 수준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련의 과학 통합 교과서

통합과학 교과 내용 개발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산하 ‘과학과 교육과정시안 개발 정책연구팀’이 맡고 있다. 연구팀이 마련한 초안에서 과학 과목은 크게 4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운동과 에너지’ ‘물질’ ‘생명’ ‘우주와 지구’ 등이다. 각각 현재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과목에 상응하는 내용이다. ‘무늬만 통합이지 실제 내용은 물·화·생·지를 묶어놓은 짜깁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09년 교육과정 때 도입한 ‘융합과학’ 교과서에 비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융합과학 교육을 위해 과목 구분 없이 주변 현상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는 융합과학 과목을 2009년 신설했다. ‘분자의 개념’이나 ‘생물의 분류’ 등 개념 중심이 아니라 ‘목욕탕의 비누를 어떻게 만드는지’ ‘벌은 어떻게 집을 찾아가는지’ 등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 중심이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교육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불만을 내놨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이를 다시 물·화·생·지로 쪼개 여러 명의 교사가 나눠 가르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도입될 통합과학 교과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융합보다는 기존 개념 중심 교육으로 돌아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덕환 ???화학과 교수는 “최근 나온 통합과학 교육과정은 1997년 개정된 7차 교육과정으로 뒷걸음질한 격”이라며 “융합교육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내용 20% 축소 논란

교육부가 최근 문·이과 통합 교과들의 교육 내용을 초안의 80%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자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축소 대상은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과학, 통합사회 등 필수과목 전체다. 교육 내용은 초등학교부터 줄이도록 요구했다. 초등학교 교육 내용을 20% 줄여 중학교로 보내고 중학교에서 줄인 내용은 고교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고교 통합과학, 수학 교과 내용이 기존보다 크게 줄 수밖에 없다. 과학계는 학생들의 기초 수준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육과정 개편안 각론위원으로 참여 중인 김명환 서울대 수학과 교수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 추가해야 하는 내용이 많은데 교육부의 지침 때문에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오직 교육 내용을 20%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학습 분량을 줄인다고 해서 사교육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사교육 대책을 교육과정에서 찾는 것부터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문·이과 통합과정 도입을 계기로 학생들의 토론식 수업을 활성화하?위해 학습량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수학, 과학만 대상이 아니고 다른 필수 과목에 모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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