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 박신영 기자 ] 15일 만난 한 시중은행의 인사담당 부행장은 “올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안 그래도 여유 인력이 많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은행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대비 두 배 수준의 인원을 채용하겠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대학 졸업자를 비롯해 특성화고 졸업자, 시간선택제 근무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은행권의 채용 확대 발표는 취업시장에선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올해 대기업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꽉 막힌 취업문이 조금이나마 넓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로서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 이미지를 심는 효과를 봤다.
문제는 정년 60세 의무화 등으로 가뜩이나 고연봉 여유 인력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 요청 등으로 신규 채용인원을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이 늘려잡으면서 인력 운용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데 있다.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창구직원 없이 온라인을 통해 영업할 수 있는 비대면채널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점포 수는 2013년 1분기 7811개에서 지난해 말 7554개로 줄었다. 은행 湧?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을 확충해야할 필요성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저금리로 인해 돈 벌 곳도 마땅치 않은 은행들의 수익성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수입원이던 예대마진은 1%대로 곤두박질쳤다. 수익성이 떨어지니 점포나 인건비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대손충당금을 떨어뜨리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일선 지점에 가면 특별한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고참 차장급들이 근무 분위기만 망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주요 은행의 남자직원 평균 연봉은 이미 1억원을 웃돈다. 한 시중은행장은 “갈수록 인력 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채용 때문에 은행이 돈을 못 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은행 경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 요청 등에 따른 추가 채용이) 은행을 제자리걸음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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