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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사이비(似而非) 경제 처방, 골병드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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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잠재력 잃고 重病든 경제
난무하는 인기영합정책 솎아내고
비효율·낭비요인 걷어내는 개혁을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



한 나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에 비례한다.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한계를 지적하는 학자도 있지만 환경, 복지, 문화, 평균수명과 같은 경제 외적인 요소를 보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 국민들이 역시 더 잘산다. 따라서 한 나라의 국민이 잘살게 되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생산적으로 일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생산적인가는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근로의식보다는 그 나라의 경제제도와 정책에 달려 있다.

경제정책과 제도가 국민들을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만드는 나라의 국민들은 잘살게 되는 것이고, 국민들을 게으르고 무책임하게 만드는 나라의 국민들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같은 혈통과 역사 전통을 가진 민족이지만 경제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생산성과 생활수준의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 남북한과 통일 전의 동서독이 그 증거다.

지금 한국 경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놓고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는 주류 경제학의 검증을 거친 주장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수준의 사이비 처방들도 많다. 이런 사이비 처방들은 대부분 솔깃한 내용이어서 국민의 건전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진보, 보수 같은 이분법적인 경제이념 노선의 구분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 보수 여당이 진보정책을 들고 나오고, 진보 야당이 보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제는 누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질적 해결 능력을 가졌는가를 봐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도 민생안정, 복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을 강조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그것이 국민행복이든, 소득주도성장이든, ‘지갑을 지켜주는’ 것이든 표현은 다르지만 다 국민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 문제는 하고 싶은 것 다 못하고, 가지고 싶은 것 다 못 가진다는 물질적 제약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착한 의지와 공약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진보 정권이 집권했던 시절에 오히려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아무리 복지도 좋고 재분배도 좋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달콤한 정책을 나열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집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연금, 기초생활보장, 깨끗한 환경, 좋은 교육제도, 사회기반시설이나 심지어 유능하고 깨끗한 정부조직 등 이 모든 것을 달성하는 데는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잘사는 나라 국민들은 이런 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잘사는 것이다. 정부가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도 잘살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가질 수 있는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경제는 중병이 들어 있다.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 병은 사이비 전문가들이나 인기 영합주의 정치가들이 나서서 민간요법이나 푸닥거리 같은 방법으로 치유될 일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호하는 일은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것 못지않은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다.

경제학이 의학, 물리학, 화학과 함께 노벨상을 받는 것은 그만큼 과학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책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은 오래전에 결론을 내렸다. 국민을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도록 이끄는 정부는 국민을 잘살게 만들 것이고 나태와 무책임, 갈라먹기와 기강 해이를 부추기는 정부는 경제를 침체시켜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별의별 처방이 정책박람회를 개최해도 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어려운 일은 다 해결해주겠다는 달콤한 처방일수록 독약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참된 처방은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걷어내는 경제 개혁이다.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kim0032@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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