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일본기업 M&A…4조3000억엔 '사상 최대'
일본우정그룹·캐논 등 대형 M&A 잇달아 성사
작년 상장사 유보자금 98조엔…일본 정부도 세금감면 등 지원
[ 서정환 기자 ] 일본 기업이 대도약을 위한 ‘통큰’ 기업 인수합병(M&A)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일본우정그룹, 캐논 등은 최근 규모가 1000억엔(약 93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M&A를 했다. 파나소닉과 일본생명보험은 앞으로 M&A에 1조엔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M&A 대상도 선진국의 업계 선도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 “여전히 배고프다”
올 들어 일본 기업의 M&A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분기 M&A(19일 기준) 규모는 4조3000억엔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 1분기의 두 배다. 1000억엔을 웃도는 대형 거래도 많다. 일본우정그룹은 호주 물류업체 톨 홀딩스를 6200억엔에 인수하기로 했다. 캐논은 감시카메라 업체 엑시스커뮤니케이션(3300억엔)의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고, 아사히카세이도 2600억엔에 미국 폴리포어인터내셔널을 사들이기로 했다.
대기업의 중장기 사업계획에서도 M&A는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 26일 1조엔의 투자 범위 내에서 자동차, 주택 관련 사업 M&A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은 완수했다”며 “수백억엔 규모가 기본이지만 1000엔 이상의 M&A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일본생명보험이 2015~2017년 중기 경영계획을 내놓으면서 해외 보험사 인수에 1조~1조50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인수에 적극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발표한 ‘사장 100명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6%가 여유자금을 M&A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금 사정도 넉넉하다. 엔저 훈풍으로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장사 보유자금 역시 사상 최대인 98조엔으로 불어났다.
○성장 한계 극복 수단
최근 일본 기업의 M&A는 기존 사업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형’ 성격이 강하다. 이런 까닭에 선진국 선도 업체가 주된 M&A 대상이다. 캐논은 주력인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둔화되는 데다 사무기기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폐쇄회로TV(CCTV)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엑시스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세계 1위 네트워크카메라 업체다.
브러더공업도 가정용 프린터와 기계 등 기존 사업만으론 ‘연결매출 1조엔’ 달성이 힘들다는 위기감에 영국 산업인쇄기 선두업체인 도미노프린팅사이언스를 사들였다.
‘퀀텀 점프’를 겨냥한 M&A도 있다. 쓰가 사장은 “(1조엔 투자계획은) 2018회계연도 총매출 10조엔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결의”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의 2014회계연도 매출은 7조7500억엔으로 추산된다. M&A를 통해 4년간 매출을 2조2500억엔 이상 불리겠다는 의지다. 벳쇼 겐사쿠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증권 전무는 “해외 진출과 성장 시장 확보를 노리고 해외 M&A에 나서는 일본 기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M&A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가 입증된 일본 내 M&A 계획에 대해서는 절차 간소화와 세제 감면을 일괄 승인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 가격이 점점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M&A시장에서는 통상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의 10배 미만을 적정 인수 가격 수준으로 보지만 최근 15배 이상 올라왔다. 올해 굵직한 인수를 발표한 히타치제작소와 브러더공업은 고가 인수 우려로 M&A 발표 후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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