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발사한 인공 위성 이름은 스푸트니크다. 러시아어로 동반자란 뜻이다. 과학자들의 우주 여행에 길동무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에서 붙였다고 한다. 이후 러시아에선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그냥 스푸트니크라고 부르고 있다.
스푸트니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곧바로 위성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인 1958년 과학위성 익스플로러(Explorer)호를 발사한다. 미국이 우주에서도 개척자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익스플로러는 이후 49호까지 발사되면서 명칭의 수명이 오래갔다. 인터넷 세상의 항해사를 자임했던 빌 게이츠가 인터넷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면서 익스플로러라고 붙인 것도 물론 이 인공위성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인공위성 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칭 싸움도 치열해졌다. 과학자들은 새 인공위성에 얼마만큼 상징적이고 창의적인 이름을 붙이느냐에도 승부를 걸고 있다. 유명한 과학자나 탐험가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마르코 폴로(영국)나 케플러(EU), 갈릴레오(EU) 위성이 대표적이다. 제미니, 머큐리(이상 미국) 등 각종 행성이나 별자리 이름도 활용한다. 마르스(옛 소련), 아폴로(미국) 등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영웅의 이름 또한 많이 따고 있다. 인공위성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 ?
1962년 쏘아올린 통신위성 릴레이(Relay)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속보를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하면서 유명해졌다. 위성에 의한 생중계는 지금도 릴레이 생중계로 부른다.
일본은 꽃 이름을 많이 쓴다. 통신위성에 아야메(붓꽃), 사쿠라(벚꽃), 유리(백합), 기쿠(국화), 기상위성에 히마와리(해바라기) 등을 사용한다. 최근 행성 탐사위성에는 하야부사(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처음 발사된 위성인 우리별 1호는 이 위성을 개발한 KAIST 학생들이 붙인 이름이다. 최초의 통신위성인 무궁화나 기상위성 천리안은 명칭 공모를 통해 확정했다. 아리랑도 1995년 국민으로부터 명칭공모를 통해 확정한 이름이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가 어제 러시아 야스니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리랑 시리즈의 5번째 위성이다. 3A를 붙인 것은 아리랑 3호와 구조 및 역할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야간이나 날씨의 변화에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좀 무미건조한 이름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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