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선희 기자 ]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하루 앞두고 은행과 고객 모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판매 한도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조기 마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다 은행들도 '밑지는 장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16곳(국민, 기업, 농협, 수협, 신한, 우리, 외환, 하나, 씨티, SC,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 제주은행)은 내일부터 안심전환대출을 일제히 출시할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는 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은행들의 가산금리(0.1%포인트)를 더해 2.63%~2.65%대로 형성됐다.
대상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액 5억원 이하의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이다. 기존 대출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고가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자가 해당돼 대출 수요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할 시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점도 고객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안심전환대출 공급이 월 5조원(올해 총 20조원)으로 한정되면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고객 수가 제한되는 점은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윤 모씨(49·주부)는 "안심전환대출이 현재 받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1% 포인트 가까이 낮아서 꼭 받았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한도가 적어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하니 내일 영업점 문을 열자마자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도 안심전환대출이 마냥 달갑진 않은 모습이다.
신한은행 서울 모 지점 대부계에 근무하는 A씨()는 "고객들의 안심전환대출 문의로 다른 업무를 못 할 정도"라며 "연말이라 고객 방문도 많아지는 시점인데 안심전환대출 실시로 한동안 야근은 피할 수 없게됐다"고 손을 내저었다.
A씨는 "더 큰 문제는 한도가 적어 고객들이 혜택을 받지 못할까봐 벌써부터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객 항의는 고스란히 은행 영업점이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확대되는 장점도 있지만 기존 고금리의 변동금리 대출이 소멸되고 유동화된 MBS 매입이 불가피해 수익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한 규모 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야 하는데, 은행이 매입해야하는 MBS 채권(금리 2%대)보다 주택담보대출(3~4%대)의 수익이 더 높기 때문에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할 것이라는 것.
한편,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을 안심대출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많다면 5조원으로 설정한 월간 한도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첫 간부회의를 열고 "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한도에 얽매이지 말고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당국이 금융회사와 충분히 협의해 현장에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에 안심전환대출 전담반을 구성해 의문·불편 사항을 즉시 조치하기로 했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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