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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수의 데스크 시각] 위험사회와 '스위스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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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수 문화스포츠부장 may@hankyung.com


참 위험한 세상이다. 지난달 인천대교 106중 추돌사고에 이어 최근 해양경찰 헬리콥터가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에 추락했다. 곳곳에 산불이 나고 봄철 등산객의 실족 소식까지 들린다. 휴대폰 충전기가 폭발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안전장치 공공 아이핀까지 해킹당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4월16일) 1주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1월1일 타계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의 주장처럼 한국이 특별한 ‘위험사회’에 이른 것일까.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1986)에서 중세 봉건사회와 19세기 산업사회를 거쳐 20세기 말의 위험사회가 도래했으며 산업화와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사회가 더 위험해진다고 분석했다. 개발경제시대 ‘압축성장’을 경험한 한국 사회는 특별하게 위험한 국가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사고 위험 높아진 스마트 사회

정보사회, 나아가 스마트사회는 더 위험하다.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시작된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시대의 즐거움은 잠시일 뿐甄?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모은 데이터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으로 저장하고, 빅 데이터(big data) 기술로 분석해 모바일(mobile) 기기로 서비스하는 ‘ICBM’시대엔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관련 위험과 사고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다.

산업화 근대화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커지는 위험을 막기 위해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스위스 치즈 모델’(1997)을 제시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에멘탈 치즈에는 불규칙한 구멍(사고위험 또는 결함)이 숭숭 뚫려 있는데 여러 장 겹쳐 놓으면 구멍이 메워진다. 위기에 대응할 여러 장치(또는 단계) 가운데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면 사고가 커지지 않는다. 반대로 조직 내에서 ‘나 하나쯤이야…’ ‘이것 하나 정도는…’ 하는 생각이 각 단계에서 중첩될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안전 관리 위한 시스템적 접근을

사고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날 때마다 그 해결책으로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곤 한다. 사고를 막거나 최소화하려면 여러 가지 ‘스위스 치즈’를 겹쳐 놓아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시설과 절차, 제도와 환경 등 각각의 ‘스위스 치즈’에 위험요소, 즉 ‘구멍’이 뚫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각 단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국부(國富)를 키우는 일도 위험사회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도,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패자부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위험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아이를 키울 때 그들의 안전과 건강에 최우선적으로 투자해야 그 바탕 아래 몸과 마음이 쑥쑥 클 수 있지 않겠는가.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 ‘위험사회’와 ‘스위스 치즈 모델’을 내놓은 두 석학의 진단과 처방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 주변의 ‘구멍들’을 다시 살펴볼 일이다.

최명수 문화스포츠부장 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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