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압수수색 이어 他 계열사까지 파장 불가피
수사 확대·기간 길어지면 구조조정·경영 정상화 차질
정준양 前회장 등 출국 금지
[ 김보라 기자 ]
검찰이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법인 비자금 사건을 본격 수사하면서 포스코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검찰 수사가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면 지난해 3월 취임 후 고강도 구조조정과 해외사업 재정비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온 권오준 회장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서다. 포스코는 중국 충칭강철과 충칭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포스코건설은 이르면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로부터 1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포스코건설 베트남 현지법인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본사와 임직원 자택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소재가공 계열사인 포스코P&S의 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그룹의 일부 전·현직 경영진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포스코 임직원들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전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주요 계열사가 수사 대상이 됐던 전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가 포스코건설, 포스코P&S 외에 전임 정 회장 때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합병한 포스코플랜택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 초까지 재임한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올라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늘렸다. 2007년 포스코 자회사 수는 20여개였으나 2012년 70개를 넘어섰다.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 성진지오텍을 사들여 합병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두 배 넘는 돈을 치러 부실 인수 논란이 일었다.
비록 전임 회장 시절을 겨냥하고 있다지만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 취임 2년차를 맞은 권 회장의 행보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포스코의 우려다. 당장 포스코건설은 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로부터 1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분 가치가 낮아져 투자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포스코건설 상장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 그동안 포스코건설은 여러 차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공모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상장을 보류한 바 있다.
포스코는 또 중국 충칭강철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고, 인도 최대의 국영제철회사 세일을 포함한 현지 기업과 광범위한 합작 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비자금 의혹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대외 비즈니스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스코 측 인사는 “장기간 공들여온 해외사업과 투자 유치, 상장 추진 등이 줄줄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 杉?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휘둘려왔다. 역대 회장 중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이 드물 정도다.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과 황경로 회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2002년에는 유상부 회장이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구택 전 회장은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돌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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