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흐름 부진에 불가피한 선택
가계부채 우려엔 다른 처방 찾고
자신감 회복돼야 효과 가시화"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인하, 우리 경제가 처음으로 연 1%대 금리시대에 들어섰다.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2013년 상반기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하지만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지, 다시 꺾였는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진한 경기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의 하락세도 문제다. 가파르게 하락한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형성되면서 수요가 더욱 악화돼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
금리인하에 따라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감독강화와 대출심사 정상화 등 다른 접근방식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부채총량 자체보다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통제’하는 것이다. 은행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서도 주택구입이나 전세 자금과 관련 없이 취약가구의 생계자금이나 자영업자의 영업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출이 50%가 넘는다. 소득하위계층의 부채증가 속도가 상위계층의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적악화에 내몰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해답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미국과의 금리격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유의해야겠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데다 한국은 국가신용등급이나 외화유동성 면에서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확대는 미 금리인상의 부정적 요인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이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신흥국들의 장기투자 자금이 크게 늘어나는 등 외국인투자자 구성이 다양화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은 1000억달러를 넘어 GDP의 7%에 육박하는 경상수지흑자가 있다.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는 경제활성화 대책의 출발에 불과하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당장 눈에 띄는 부양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미시적 금융정책과 재정확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대책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여론과 시장에 떠밀려 취하는 정책으로는 어렵다. 기대수준을 뛰어넘는 창의적이고도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6년 이상의 제로금리와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실시한 미국의 예, 물가상승률이 2%에 달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이어간다고 한 아베노믹스처럼 시장의 기대를 넘는 조치가 나와야 일시적인 효과나마 거둘 수 있다. 구조개혁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공공과 노동 등 5대 구조개혁을 추진하되 특히 장기적인 구 떠냘貂?단기부양정책 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수요확대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제수준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미흡한 내수서비스 확대를 위해 관광, 보건의료 등 7대 업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원투입과 동시에 합리적이고도 과감한 규제개혁 등 혁신과 생산성 증가를 이끌어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능성은 보인다. 국내외적으로 저유가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최근 주택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금리인하에 따라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완화되고 추가적인 경기대책 효과가 어우러진다면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경기대책의 효과와 관련해서는 특히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이 요체가 될 것이다. 지난 주말 한걸음 더 다가온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한국 경제에도 모처럼 훈풍이 불어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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