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
중앙정보부·외교부 등 거쳐…안전기획부 2차장으로 퇴임
언론 기고문 등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 등 비판도
[ 김대훈 기자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사진)는 27일 내정 발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 안보의 지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정원장이라는 중대한 책무를 맞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대선 개입 논란 등으로 국정원의 사기가 떨어졌다”면서도 “(국정원이) 그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잘 치유하고 있으며, 내부적 개혁의 불꽃이 강하게 타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또 “그동안 언론 기고를 통해 국정원의 방향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고, 최근 4~5개월 전부터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국정원을 제대로 된 정보기관이 되도록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선 직원들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19기) 출신으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와 외교부 등을 거친 외교·안보 전문가 ?꼽힌다. 1996년 말 안기부에서 제2차장을 끝으로 퇴임, 이번에 약 19년 만에 ‘친정’ 격인 국정원장으로 발탁된 것을 두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평소 생각대로 대북 관련 업무를 강화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현 상황에서 대북 업무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어렵지만 틀림없이 그런(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발탁 배경에는 작년 7월 취임한 이병기 국정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되면서 국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을 내세워 국정원 개혁을 마무리 지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하고 국제관계에도 정통한 분”이라며 “강직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국정원을 이끌 적임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1963년 임관해 중령으로 예편한 1970년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갔다.
근무 기간에는 줄곧 정보 분야와 해외 파트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안기부 국제국장을 지냈으며 주미 공사로 임명돼 미국에서 근무하던 중 조지타운대에서 안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03년부터는 울산대 국제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및 개혁 논란 등에 대해 언론에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초 한 언론 기고문에서 ‘국정원 인사 운영의 정치성’을 비판하면서 “국정원 인사가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해 정치 관여의 개연성이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어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잦은 국정원장 교체에 대해선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최근 16년간 국정원장이 열 번 바뀌었다”며 “이 수치는 국정원 운영의 정치성을 단적으로 상징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경기 시흥(75) △육사 19기 △주미 참사관 △안기부 국제국장 △주미 공사 △안기부 2차장 △주말레이시아 대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울산대 초빙교수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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