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심기 기자 ] “더 이상 합의가 지체되면 양측을 백악관으로 소환해 협상을 타결짓도록 하겠다.”
지난 6월부터 9개월간 지속돼온 서부항만 노사분규를 중재하기 위해 나선 톰 페레스 미국 노동부 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노사 대표를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한 얘기다. 페레스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직권중재 지시를 받은 뒤 곧바로 워싱턴DC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갔다. 사태는 페레스 장관이 개입한 뒤 사흘 만에 노사 양측이 잠정합의하면서 싱겁게 끝났다.
LA 롱비치를 비롯한 미 서부의 29개 항만 작업이 이번주부터 정상화될 전망이다. 태평양 연안을 떠돌며 하염없이 대기하던 대형 컨테이너선 30여척도 차례대로 짐을 내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5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연장해온 서부 항만노조(ILWU)는 “자동화 설비가 확대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일자리 보장과 임금 및 복지확대를 요구하며 태업을 벌여왔다. 형식은 태업이지만 효과는 파업과 맞먹었다. 노조원인 크레인 기사들의 절반이 이런저런 이유로 업무에 불참하면서 선적과 하역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사용자 측인 태평양선주협회(PMA)도 “노조가 업무방해를 계속할 경우 항만을 폐쇄하겠다”며 강경 태도로 일관 杉?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입 기업과 도소매업체로 돌아왔다. 그래도 미 정부는 개입을 자제하고 6개월을 기다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의 대(對)아시아 수출입 물동량 중 70%를 차지하는 서부항만의 기능이 마비 상태에 빠진 이후에도 3개월을 더 참았다.
하지만 노사분규로 인한 피해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을 내린 순간 연방정부 차원의 개입을 결정했고, 한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주무 장관을 곧바로 보내 3일간의 협상시한을 준 뒤 강제조정에 나서겠다고 통보했다. 최후통첩을 받아든 노사는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짓고 곧바로 조업 정상화를 선언했다. “9개월간 보여준 인내심과 3일 만에 사태를 수습하는 정부의 해결 능력을 보면서 공권력의 권위와 사회적 지지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사태를 지켜본 KOTRA 관계자의 평가였다.
이심기 특파원=뉴욕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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