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동남쪽에 우산(牛山)이라는 민둥산이 있었다. 싹 트면 먹어 치우고, 크면 벌목하니 생명 요절의 독산(禿山)이 됐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우산의 나무는 일찍이 아름다웠다’는 후회의 글을 남겼다. 세상 천지 보살핌 없는 생명은 죽기 마련이다. 사람도 자연이라 소홀하면 사그라지니 양생(養生)이라 이름하여 신중케 했다.
양생은 수신(修身)이다. 출근길에 몸이 천근만근 힘들 때, 사는 것이 힘들어 한탄스러울 때가 양(養)이 깨져 위험하다는 몸의 신호다. 양은 동물 양(羊)에 밥 식(食)이 붙어 ‘음식물을 공양한다’는 의미니 밥을 잘 챙겨야 세상의 속도와 함께할 수 있는 힘이 붙는다. 몸의 자양분 없인 자기 행동 템포와 생명 리듬의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밥심은 기운 기(氣)를 보면 쌀 미(米)에서 나온다. 쌀에서 나온 기운이 정신의 신(神)과 육체의 정(精)이 돼 오래 살고 짧게 사는 것을 주관한다. 사람의 명(命)이 밥에 달렸으니 밥이 보약이 되고 밥 짓는 장소는 성소돼 조왕신(神)이 내려온다.
조왕의 집은 하늘의 북두칠성과 땅의 구주를 펼쳐 음양 길이 7척 9촌을 마름질했다. 너비는 4척으로 사계절 자연의 이치 원형이정(元亨利貞)을 품고, 높이는 3척으로 천(天), 지(地), 인(人) 삼재를 담아 소우주를 만든다. 부엌 아궁이 크기는 1척 2촌인데 12시(時)를 대표하고, 일(日)과 월(月) 두 개의 솥을 걸어 주야(晝夜)를 풍성케 했다. 바람 길인 고래는 8촌을 잡아 팔풍(八風)을 고루 섞어 기운을 북돋고, 깨끗한 흙에 향내 나는 물을 섞어 고귀한 살을 붙였다. 이렇게 우주를 품은 양생의 공간은 견고한 터전 아래 자리 잡아 건축적 함의들을 품게 된다.
풍수학에서 부엌 공간은 전체보다 아궁이가 핵심이다. 아궁이는 불이다. 불은 맹자의 말처럼 밝음인 소소(昭昭)다. 1930년대 일본식 주택의 영향으로 부엌을 북쪽으로 밀어내기 전까지 양(陽)의 공간으로 조()라 이름하고 부엌 주(廚)와 구별했다. 즉 부엌 아궁이의 방향은 불기운을 일으키는 동쪽과 동남쪽이 좋고 귀문(鬼門)인 남서쪽은 피하라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지침이었다. 허나 현대 건축에서 아궁이는 구시대 유물이다.
시대가 변하면 의식주 모든 생활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수용된다. 21세기 전자기기의 발달은 화구의 이동으로 밥 짓는 자리 선택권에 자유를 부여했다. 간편한 휴대용 기기들과 압력 밥솥 전자레인지 등은 부엌의 기운도 바꾸고 사람도 바꿨다. 부엌 하나의 문제가 아닌 주택 전체 기운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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