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주는 한여름 날씨다. 견딜 만하면 쐐기를 박는 막판 한기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요즘, 선샤인 코스트는 그래서 더 생각나는 호주의 휴양지다. 1년 중 300일 이상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고 한겨울에도 20도를 유지하는 선샤인 코스트. 골드코스트만 알고 선샤인 코스트는 몰랐던 여행객을 위한 한겨울의 호사법.
빛나는 태양과 새하얀 백사장
호주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96㎞ 떨어져 있는 선샤인 코스트는 지금 눈부신 태양과 새하얀 백사장으로 뜨겁다. 골드코스트보다 관광객이 적어 호주인들에겐 고급 휴양지로 통한다. 선샤인 코스트에는 칼론드라 비치부터 레인보 비치까지 100㎞ 넘는 해변이 형성돼 있다. 그 사이사이에 물루라바, 쿨룸, 누사 같은 유명 해변 도시가 자리해 있다.
선샤인 코스트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이 아름다운 해변들이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여정이 펼쳐진다. 11개의 화산 봉우리로 이뤄진 글래스하우스 산맥과 국립공원에서 고요하고 낯선 아열대우림을 만난다. 선샤인 코스트를 여행하다 보면 힌터랜드(Hinterland)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이는 특정 지역이라기보다는 해변에서 반대쪽에 있는 내륙을 포괄하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오토바이크를 타고 힌터랜드 국도를 누비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짐을 푸는 도시는 누사(Noosa)다. 미식가들을 유혹할 만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여유로운 쇼핑 거리, 다양한 여행객을 두루 만족시키는 고급 리조트와 빌라가 많다. 선샤인 코스트에서는 누사헤즈에 숙소를 잡고 해변으로 바캉스를 떠나거나 힌터랜드의 자연으로 색다른 탐험을 떠나기 좋다.
필자 역시 누사에서 1주일 머물며 매일 새로운 투어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힌터랜드의 국도를 누볐던 시간이다. 흰 수염이 멋진 빅 알(Big Al) 씨가 운영하는 프리덤휠(Freedom Wheels)여행사를 통해 짧게는 1시간부터 반나절까지 할리투어를 즐길 수 있다. 모토바이크를 빌려 혼자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덤휠의 베테랑 운전사들 뒤에 앉아 함께 달리는 할리투어다. 두 명이 한꺼번에 뒤에 앉을 수 있는 트라이크도 멋지다. 자동차 드라이브로는 맛볼 수 없는 쾌감이 있다.
자연과 동화되는 반나절 에코 투어 일품
전망 좋은 언덕에 내려 거대한 브로콜리 같은 숲과 마을을 내려다보고, 포모나(Pomona) 지역에 있는 찻집에도 들른다. 80대, 70대 할머니 두 분이 오붓하게 운영한다. 모닝티와 하이티,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고, 매일 아침 할머니들이 직접 만드는 고소한 라임코코넛 스콘도 맛볼 수 있다.
힌터랜드로 떠나는 투어 중에는 국립공원 안에서 한두 시간 트레킹을 한 후 숲 속 한가운데에서 점심을 먹는 에코투어도 있다. ‘오프 더 비트 에코 투어(Off the Beat Eco Tours)’를 이용해 하루 혹은 반나절 동안 에코투어를 떠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숲 속 산책 후 즐겼던 3코스의 점심 식사와 샴페인의 시간! 이 근사한 점심식사는 운덤 내셔널 파크(Woondum National park)까지 차를 몰고간 운전수이자 숲 해설가이며 요리사까지 1인 3역을 해낸 피터가 차려준 것이다.
모든 음식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로 만든 것도 돋보였다. 레몬 머틀, 와틀 시, 유칼립투스 등 호주의 원주민들이 대대로 먹던 부시터커(bush tucker)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것들이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 속에서 하얀 천이 깔린 식탁에 앉아 샴페인 식사를 한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코끼리 먹이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
누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원(Australia Zoo)에서도 기대 이상의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호주의 유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악어 사냥꾼(The Crocodile Hunter)’으로 유명했던 스티브 어윈 일가가 운영하는 이곳은 자유롭게 풀어놓은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고 안아 보면서 그들의 생태와 특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스티브 어윈은 2006년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노랑가오리에 쏘여 사망했는데, 지금도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호주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며 이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원에서는 거의 30분 간격으로 프로그램이 있다. 하루에 두 번 코끼리 먹이주기, 하루에 20시간을 자는 코알라 안아보기, 악어에게 쥐먹이 주기 등이 있다. 12시에 열리는 와일드라이프 워리어쇼가 가장 인기 있다. 캥거루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루 헤븐(Roo Heaven)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손바닥에 있는 먹이를 먹으려고 내 손을 덥석 잡던 캥거루 손의 감촉, 코알라를 안았을 때의 특유한 유칼립투스 향을 잊을 수 없다. 평생을 야생동물과 환경을 위해 힘써왔던 스티브 어윈의 영혼이 담긴 곳이기에 더 각별한 느낌이 드는 동물원이다.
여행 정보
대한항공이 퀸즐랜드의 브리즈번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브리즈번에서 선샤인 코스트까지는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이동하면 된다. 선샤인 코스트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운행하며, 선에어 버스 서비스가 유명하다.(Sun-Air Bus Service: +61-(0)7-5477-0888/sunair.com.au) 선샤인 코스트 관광 정보는 queensland.or.kr를 참조하면 된다. 프리덤휠스(freedomwheels.com.au)에서는 원하는 시간과 테마에 맞게 해변, 혹은 힌터랜드로 할리데이비슨 투어를 떠날 수 있다. 와이너리 투어나 타이 음식으로 유명한 스피릿 하우스에서 요리 수업과 점심식사도 가능하다. 2시간30분 할리데이비슨 투어(2인, 티숍 방문) 305호주달러.
선샤인 코스트(호주)=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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