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1조800억원…오릭스, 현대그룹 '백기사' 부상
[ 안대규 / 좌동욱 / 김보라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30일 오후 6시11분
일본의 종합금융그룹인 오릭스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자베즈파트너스가 손잡고 현대증권을 1조800억원에 인수한다. 일본계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다. 오릭스는 지난해 현대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에 이어 현대증권 경영권까지 인수하면서 현대그룹의 ‘백기사’로 떠올랐다.
현대그룹은 30일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릭스-자베즈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EY한영은 “인수 제안 가격과 조건은 비슷했지만 오릭스 측이 거래를 종결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오릭스는 파인스트리트보다 5%가량 높은 가격을 제안한 데다 현대그룹이 향후 현대증권 경영권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도 보장했다. 파인스트리트는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오릭스는 매각 지분 36.9%를 PEF를 통해 1조80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인 側“鳧?주당 1만2400원이다. 작년 말 기준 현대증권의 장부가격(주당 1만18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각 작업은 오는 5월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오릭스는 자산 규모만 92조원에 달하는 일본 최대 리스회사다. 비록 PEF를 통해 현대증권을 인수하지만 경영권도 행사할 전망이다. 이종철 오릭스 대표는 “오릭스가 경영권을 행사하되 향후 특정 조건 아래에서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되가져 갈 수 있도록 콜옵션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오릭스와 손을 잡은 자베즈는 오랜 기간 2대 주주로서 현대증권 경영에 참여해 온 운용사다. 새마을금고와 함께 2013년 MG손해보험(옛 그린손보)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에서 현대증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릭스 측은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점포 통폐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이란 사명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해외 상품을 국내에 들여온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그룹은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으며, 1년여 만에 당초 목표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자구안 이행률을 100% 초과 달성한 성적이다. 현대그룹은 앞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으로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증권은 자본금 3조원 규모의 국내 5대 증권사다. 1999년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 열풍을 일으킬 당시 한 해 3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불황으로 201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안대규/좌동욱/김보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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