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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많은 관치 위에 官製토론회까지 열겠다는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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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을 전부 불러 대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다음달 초라고 한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유관기관장, 금융업권별 주요 CEO 등 100여명이 참석하게 된다. 금융혁신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 금융권이 참석하는 큰 행사다. 사진 찍는 외에 토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당국의 기획 의도는 짐작할 만하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소식이 없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보고 싶을 것이다. 더 솔직하게는 올해 4대 국정개혁 과제에 금융도 포함돼 있는 데다 소통을 요구하는 청와대 의중도 감안했을 것이다. 이래저래 고민은 쌓이고 분위기는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의 본질적인 문제는 시장원리를 폐기한 것에 있고 자율 경영을 부정하는 관치금융에 있는 것이다. 이런 판에 CEO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기합을 준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금융회사 CEO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짜증만 더할 것이다.

근래 금융당국이 한 일만 보더라도 그렇다. 거의 모조리 거꾸로 가는 정책들이었다. 주주권을 묵살하고 사외이사 권한만 키우도록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그렇고, 5억원 이상 임원의 보수산정 세부기준까지 공개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다. 개인대출 금리까지 훈수를 두는가 하면 기술신용에선 목표지상주의적 독려를 정책이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KB금융?LIG 인수에 제동을 걸어 관치논란을 불렀고 CEO 후보의 이력과 선정 사유까지 공개하도록 강제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관의 횡포였다. 하나·외환 합병 건에서는 노조 합의를 요구했을 정도였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고 금융의 자율성을 파괴하지 않은 정책도 없었다.

이런 판에 100명씩 억지로 모아놓고 토론회를 열자며 속시원히 속마음을 말해보라 하면 그 상황에서 금융 CEO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당국에서 오라 하시니 토론회장에 가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반발과 반감, 냉소와 위선만 쌓일 것이다. 진정 어찌할 바를 모른다면 스스로 책임을 면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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