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조건에도 수요예측 경쟁률 평균 밑돌아
영구채 방식은 '미달'…"조기상환·이자지급 못믿어"
내년에도 4兆 발행 대기…회계처리 부담이흥행 변수
이 기사는 01월05일(05: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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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코코본드(CoCo bond·조건부 자본증권)는 작년 세계 채권 발행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유럽 은행들은 역대 최대인 330억달러어치(약 36조원)를 찍어냈다. 전년(15억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초저금리 시대 기관투자가들의 극심한 수익률 '갈증'을 반영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 데뷔는 기대와 달리 꽤 '미지근'했다. 투자위험 논란으로 첫 발행부터 순탄치 않았고, 흥행 성적은 평균에 못 미쳤다.
코코본드란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주식으로 바뀌거나 전액 상각되는 증권이다. 2013년 12월 바젤Ⅲ 시행으로 은행들은 이런 조건을 담은 채권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5일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선 모두 여섯 종류 코코본드가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됐다. 유상증자보다 싼 비용으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하반기 JB금융지주(9월22일)를 시작으로 부산, 전북, 경남, 광주, 우리은행이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전체 9000억원어치를 모집했고, 1조400억원어치 투자수요가 참여했다. 단순경쟁률은 1.15 대 1이다. 작년 전체 회사채 평균 2.11 대 1을 밑돌았다.
투자자들은 정해진 만기가 없는 대신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받는 '영구채 형태' 코코본드에 유난히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후순위채 형태'(Tier2)와 달리 상환이 늦어질 수 있고(일반적으로 5년 뒤 조기상환), 손실이 클 경우 이자를 안 줄 수도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서다.
영구채 형태인 JB금융지주 수요예측엔 모집금액 2000억원의 4분의 1인만 참여했다. 우리은행엔 2100억원이 참여해 모집금액(2000억원)을 겨우 넘겼지만, 이 중 500억원은 희망가격보다 낮은 값을 불렀다.
JB금융지주의 경우 발행 예정일이 네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불완전 판매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연거푸 증권신고서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는 작년 발행한 코코본드 중 유일하게 판매 대상에 개인투자자를 포함시켰다.
다른 지방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형태 코코본드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모집금액 대비 참여금액 비율 순으로 전북은행과 경남은행이 똑같이160%로 가장 높았고, 광주은행은 153%, 부산은행은 150%를 나타냈다.
코코본드는 내년에도 국내 채권시장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은 2015년 국내 은행들이 약 3조8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것으로 점쳤다. 최종원 연구원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 유지를 위해 기존 후순위채의 만기도래 등 자본인정비율의 상각 규모만큼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조건없는' 후순위채와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잔액은 약 30조원이다. 모두 잠재적인 코코본드 전환 물량이다.
다만 회계처리 관련 부담은 내년 코코본드의 흥행을 가로막을 수 있는 변수다. 금융당국이 코코본드 투자 보험사에 주식투자만큼 높은 위험계수를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연기금과 더불어 장기채권의 최대 투자자다.
한편 특수은행인 IBK기업은행(8000억원), 한국산업은행(7000억원), NH농협은행(5000억원)도 작년 국내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했으나 수요예측은 실시하지 않았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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