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국내 증시에서 귀한 대접을 받아온 지배구조 관련주(株)들이 최근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펀더멘탈(기초여건)과 상관없이 '테마성'으로 이들 종목에 몰렸던 투자 심리가 빠르게 되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적 시즌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더 이상 지배구조 테마가 투자자들의 '매력'을 끌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낮 1시34분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인 삼성SDS는 전 거래일보다 1만8500원(7.43%) 떨어진 23만500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1월 14일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SDS는 올 들어 이날까지 14거래일동안 단 4일만 상승 마감했다. 지난 16일부터는 나흘째 내림세다. 같은 시간 제일모직도 7000원(5.32%) 내린 12만4500원을 나타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관련주인 현대글로비스는 8500원(3.59%) 밀린 22만8000원을 기록했다. SK그룹 지배구조 관련주 SK C&C도 6500원(2.83%) 하락한 22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주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증시에서 몸값을 뽐내기 바빴다. 광풍에 가까운 청약 흥행 후 증시에 입성한 삼성SDS는 작년 마지막 거래일까지 55% 가량 급등했다. 제일모직도 지난달 상장 이후 198% 폭등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이들의 주가 수준이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투자업계 지적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앞서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에 대해 "실적 성장을 공격적으로 가정하고 향후 브랜드 로열티 가치까지 반영한다 해도 앞으로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지난 13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무산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이날까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4% 이상 주저앉았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지배구조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이들 주가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으로 설명되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실적 시즌 등을 앞두고 그간의 급등세를 반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도 "시장 핵심이 지배구조 보다는 실적과 ECB, 저유가 등에 맞춰지고있다"며 "이에 따라 수급 초점도 다른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데다 ECB 통화회의도 예정돼 있는만큼 당분간 지배구조 관련주가 시장 중심으로 재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와 같이 그동안 많이 올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차익실현' 하는 움직임이 많다"며 "현재는 실적과 ECB 결과 등을 확인하기 전까지 '중립' 비중을 늘리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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