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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 40년 고민, 따뜻한 리더십으로 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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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아침을 깨운 '조찬포럼의 대부'

내달 5일 40주년 대토론회, 사람이 국가·기업의 '제1자산'…경영자 등 3000여명에 멘토링



[ 김보라 기자 ]
국내 최장수 조찬 모임을 이끌어온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78)은 1975년 2월5일부터 지금까지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목요일 오전 7시에 ‘인간개발경영연구회’ 포럼을 열었다. 포럼 횟수가 1823회에 달한다. ‘조찬포럼의 대부’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12일 서울 대치동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40년간 조찬 모임을 이끌어 온 배경을 소개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고도 성장의 그늘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깔려 있습니다. 자살률 1위, 행복지수 하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노사 간 갈등은 모두 성장만 고집한 데 따른 부작용입니다. 해답은 ‘인간 중심’에서 찾아야 합니다.”

장 회장은 가난한 섬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입주 가정교사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우연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맥크릴랜드의 ‘성취동기 이론’을 접한 뒤 인재개발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검정 고무신 하나 배급받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무엇이 부의 원천인가’를 고민했지요. 정답은 ‘국민’밖에 없었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경제 지도자를 교육해 스스로 운명을 결정짓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기업가와 경영자들이 곧 한국 경제를 짊어지고 갈 인재이자,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멘토링을 시작했다. 대학교수 중심이던 조찬 포럼은 금방 입소문이 났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3김’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황장엽, 안철수 등 내로라하는 인물이 모두 포럼을 거쳐 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한국계 일본 기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재계 거물들도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인사가 이 포럼을 거쳐 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사로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다. 1988년 김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하기 직전이었고, 처음으로 경제인들에게 ‘대중경제론’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나를 만난 사람은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경제인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강사로 선다는 소식을 듣고 국정원(당시 안기부)에서 “연구원 문 닫을 셈이냐”며 압력을 넣었지만 저는 ‘김대중 문제를 풀지 않고선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고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정치 입문 유혹도 없지 않았지만 창립 때부터 지켜온 비정치, 비종교, 비영리라는 ‘3비(非) 원칙’을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았다. 장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 예산이나 대기업 지원 없이 1500여 회원이 내는 회비만으로 연구원을 운영해 왔다.

매주 목요일 1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이는 모임이 수십 년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동호회도 생겨났다. 서로 다른 업종에서 20~30명의 기업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사업을 구상했다.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도 동아제약 재직 시절 이 포럼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만나 공동 창업했다. 윤 회장은 수학자인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와의 인연으로 ‘싱크빅’이라는 출판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장 회장은 요즘 나라를 이끌 창의적 인재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계 2세 경영인들은 아버지 세대 때 통했던 성장 중심의 리더십을 버리고 ‘따뜻한 리더십’을 터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재계 2~3세 젊은 경영인을 모아 ‘영 CEO포럼’ 등 별도의 포럼을 만든 이유다.

그가 말하는 따뜻한 리더십은 뭘까. 장 회장은 “지식을 가진 사람, 재산을 가진 사람, 명예를 가진 사람들 모두가 낮은 곳으로 가는 겸손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개발연구원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100년 미래를 좌우하는 경쟁력, 사람’을 주제로 내달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토론회를 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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