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등기제도 개선 로드맵…6월께 발표
다가구주택의 경우
세입자별 전·월세 내역 기록
임대차 확정일자도 표시
경매시장 건전화 기대
부동산 거래 투명성 강화
[ 양병훈/이현일 기자 ]
새내기 직장인 이호영 씨는 2년 전 서울 관악구의 방 2개짜리 다가구주택에 보증금 8000만원, 월세 10만원 반전세로 입주했다. 건물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을 때 8억원의 저당권이 있었지만 전세금을 돌려받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절반 이상 떼였다. 건물이 15억원 정도에 낙찰됐지만 원룸과 방 2개짜리 집 등으로 구성된 다가구주택에 먼저 세들어 살던 13명 세입자의 보증금 8억원을 돌려주고 나니 이씨가 받을 돈이 부족했다.
대법원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존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 뿐만 아니라 임대차 및 세금 납부 내역까지 기재하기로 한 것은 이씨와 같은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등기부에 납세·임대차 내역 추가
주택 등 부동산 매입자와 세입자들은 앞으로 종전 부동산 소유주가 어떤 종류의 세금을 내왔는지, 체납된 세금은 없는지 등 해당 부동산 납세 내역을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체납 세금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임차인 피해도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경매나 공매 때 세금은 전세금보다 앞서는 최우선 변제 대상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집주인에게 대출해 줄 때 국세와 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전세입자는 집주인이 이를 속일 경우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부동산 임대차 관련 세부 내역도 등기부등본에 기재된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이 특정 시점에 이뤄졌다는 내용을, 확정일자를 등기부에 표시하는 방법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확정일자 등 임대차 관련 정보는 당사자만 알 수 있고 제3자가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원룸과 방 2개짜리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이 피해보는 사례가 많았다. 늦게 입주하는 세입자는 등기부의 저당권 표시를 통해 대출 규모는 알 수 있지만, 먼저 입주한 다른 세입자(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규모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 금액과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의 합이 건물 가격을 넘을 경우 경매 시 후순위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래 투명성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이 부동산 매매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주봉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임차 보증금은 수시로 바뀌지만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은 기존 임차인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다”며 “관련 내용이 등기부등본에 공시되면 거래 당사자가 공신력 있는 정보를 갖고 거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에서 위장 임차인을 내세워 우선 변제자금을 편취하는 등의 사기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경매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주택의 임대차 상황 파악”이라며 “등기부등본에 세금과 임차인 정보가 나온다면 경매뿐만 아니라 일반 부동산 거래 시장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 추진 과정에서 부동산 소유주들의 일부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세금 체납은 사적인 개인정보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며 임대차 정보가 공개될 경우 세원(稅源)이 노출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에겐 상당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양병훈/이현일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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