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시무식에서 "개혁" 30번 외친 최경환 부총리
[ 조진형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혁이 없으면 일자리도, 성장도, 복지도 불가능하다”며 새해 벽두부터 강한 구조개혁 의지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2일 기재부 시무식에서 “규제든, 연금이든, 노동이든, 교육이든 내구성 좋은 탄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개혁”이라며 “결국 개혁이 밥 먹여준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장난 현실’을 두고볼 수 없다고 했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미취업 청년들이 스스로를 ‘잉여(인간)’라 부르고, 근로자 셋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고, 베이비부머는 바늘 하나 꽂을 데도 없을 만큼 레드오션인 ‘치킨 창업’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랜 기간 쌓이고 쌓인 적폐(積弊)를 ‘폭탄 돌리기’처럼 떠넘겨오다 타이머가 멈추기 직전에 우리 시대가 물려받았다”며 “적폐의 개혁은 이제 우리 시대의 임무가 됐고, 현 정부의 ‘팔자’가 됐다”고 역설했다.
최 부총리는 또 개혁에 대해 “‘강요된 개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합의해서 선제적으로 희망을 설계하는 작업”이라며 “개혁은 힘이 들고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선택지 없는 외나무다리이자 입에는 쓰지만 체질을 바꿔줄 양약(良藥)”이라고도 했다. 그는 시무식 내내 ‘개혁’이란 단어를 서른 번이나 언급, 구조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준비가 끝났고, 올해는 한 발 한 발 착실하게 내딛는 실행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한국은 일본을 국가신용등급에서 앞질렀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경제영토는 세계 3위로 확대됐으며 가장 짧은 기간에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확장적 거시정책과 부동산 대책으로 경제회복 모멘텀을 되찾았고, 내수부진을 돌파할 제도도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경직되고 이중적인 노동시장, 내수·수출과 대·중소기업 등 부문 간 불균형,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 현장과 괴리된 교육이나 금융 보신주의 등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 선진국이나 일본, 러시아처럼 ‘어어~’ 하다가 개혁에 실기(失機)하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총리는 “올 1년은 전국 단위의 큰 선거가 없고 개혁에 대한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돼 있다”며 “다른 나라보다 한발 먼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는 개혁 전략도 만들어둔 만큼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공공 부문을 선두로 노동, 교육, 금융 부문을 구조개혁하고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자본유출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에도 사전 대비하겠다”며 “각종 대책이 현장에서 본격 작동하면 민간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는 투철한 소명의식을 갖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정책의 제안과 수립, 집행 등 모든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개혁은 서로 뺏는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합(合)을 키우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을 추구해야 한다”며 “모두에게 이익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방법이야말로 개혁의 최고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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