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힐과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 등 일부 외국계 담배 제조사들이 담뱃값 인상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가격 변경안 신고가 늦어져 담배를 판 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2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던힐을 판매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코리아와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를 판매하는 재팬타바코인터내셔널(JTI)은 이날 오전까지도 정부의 제세부담금 인상에 따라 변경한 가격표를 관련 부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담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 판매업자가 담뱃값을 올리려면 '판매 개시' 6일 전까지 인상된 가격을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다음 주 5일에 신고한다고 해도 변경된 가격은 그 다음 주인 12일 판매 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BAT와 JTI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앞으로 최소 1주일 이상 종전 가격을 유지하게 된다.
실제로 이날 서울 중구 지역 편의점에는 던힐(BAT)과 메비우스(JTI)를 찾는 흡연자들이 많았다.
중구 지역 한 편의점 점장은 "우리 매장에는 던힐이 메비우스가 오늘 들어와 물량이 있지만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 금방 동날 것 같다" 며 "다른 담배 제품은 찾는 사람들이 거으 없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편의점에는 담배 판매대가 듬성듬성 비어있었다. 가격이 오른
KT&G나 필립모리스(PM) 제품만 진열돼 있다.
이 편의점 점장은 "가격이 오른 지 이틀밖에 안 됐지만 이전보다 담배를 찾는 소비자들이 절반가량은 줄어든 것 같다" 며 "그나마 던힐·메비우스는 있는 대로 팔리지만, 그나마도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의 새해 첫 날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A편의점 업체의 1일 담배 판매량(소비자에게 넘어간 물량 기준)은 지난해보다 58.3% 줄었다. B편의점 업체의 판매량 감소율도 54%에 달했다. 또 다른 C편의점 업체의 담배 매출은 1년 전보다 36.4% 급감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던힐과 메비우스 일부 제품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정작 BAT와 JTI는 웃을 수가 없는 상황. 수익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담뱃값 인상에 따라 판매가에 포함한 조세·부담금(2000원 인상 기준)은 종전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늘어났다. 가격 인상이 지연된 BAT와 JTI는 2700원에 담배를 팔지만, 세금은 3000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BAT 관계자는 "본사와의 가격 정책 조율이 늦어지면서 종전 제품 가격을 유지하게 됐다" 며 "새로운 가격정책이 나오는대로 신고·등록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가격 정책은 해당 기업체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먼저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변동된 가격으로 시중에서 담배를 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 먼저 나서서 가격안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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