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株)들이 새해 벽두부터 '울상'을 짓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수주 부진이 맞물리면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일각에선 "버티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해가 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주식시장에서 조선주들은 오후 1시50분 현재 줄줄이 신저가로 고꾸라졌다.
한진중공업이 8.55%로 가장 많이 떨어지면서 1년 중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을 기록 중이고,
현대미포조선(-2.44%)과
삼성중공업(-1.50%) 등도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현대중공업도 1.74% 하락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조선업종에 대해 내놓은 올해 실적 전망은 어둡기만하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방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저유가 기조는 조선사들에 수주를 넣어야 하는 '고객'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라며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조선해양 수주가 반토막이 났고 올해도 30% 가량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유가 하락은 통상 오일을 실어 나르는 선박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오일 회사들의 투자 위축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조선업 주가에 부정적이다.
특히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메이저 조선사들의 실적 부진 신호가 업종 전체 위기감으로 번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3~4년간 북미 시장을 위주로 연간 40~50척 가량의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예상되지만 이것만으로는 메이저 조선사들의 외형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라며 "올해 상위 3개 업체(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합산 수주는 지난해보다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선사들이 다시 저가 수준에 나설 위험이 있고 이 경우 침체는 더 길어질 것"이라며 "올해는 성장보다는 유동성을 강화하고 고정비를 최소화해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부족한 수주량에 대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 이는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형 3사는 조선해양 부문에서 각 사별로 약 100억달러 신규수주가 가능할 전망이지만 이는 연간생산능력의 30%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수주경쟁 불가피로 선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개선된 실적을 눈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만 증권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도 대우조선해양만 업종 내에서 주가가 상승세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까지 선박 수주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총 수주액 165억달러를 달성했다"며 "이는 2007년 수주실적인 215억달러 다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기술혁신을 통해 건조원가를 하락시켜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올해 수주한 상선의 수익성은 5%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의 실적은 오는 2016~2018년에 걸쳐 이익성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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