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이처럼 주목을 끈 것은 사진 속 주인공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해 지난 11월 20일자로 보도한 ‘2014년 최고 발명품 25가지’ 가운데 하나인 ‘셀카봉’ [The Selfie Sticks]의 원조가 아닌가하는 추정에서 비롯했습니다.
실제 셀카봉은 올 한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며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히트 상품으로 떠올랐지요. 셀카봉은 다만 타임지의 보도처럼 2014년 발명품이 아니란 게 문제로 꼽힙니다. 타임지의 일종의 ‘오보’란 얘긴데요.
특허청에 따르면 셀카봉은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83년에 '원천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최초 발명가는 일본인 ‘우에다 히로시’와 ‘미마 유지로’. 이는 1984년 일본에서 실용신안으로 공개됐고 1985년엔 미국에서 특허로 등록됐다는 게 공식 기록입니다.
이미현 특허청 심사관은 “상용 디지털카메라가 막 등장하던 당시 출원된 셀카봉의 특허의 경우 카메라 고정부, 길이를 조절하는 막대,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로 구성돼 요즘의 셀카봉과 같은 완성도를 보인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아래 이미지 참조]
사정이 그러하지만 일본에서 출원된 이 셀카봉의 원천특허는 존속기간 20년을 넘어서 그 권리가 이미 사라진 상태입니다. 올 들어 누구든지 이 같은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특허침해 시비가 걸리지 않는 배경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천기술이 등장하고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대히트작으로 기록된 셀카봉의 경우 ‘(첨단) 기술의 개발’과 ‘시장의 형성’은 결코 동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가정법적인’ 궁금증이 제기되는데요. 예컨대 일본에서 개발돼 특허를 받은 원조 셀카봉이 ‘여전히’ 특허로 인정받고 있고 가정했을 때, 이번에 영국에서 발견된 셀카봉 사진이 원조 특허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특허는 새로운 것을 뜻하는 ‘신규성’이 가장 중요한 등록 요건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영국 부부 사진에서 나타난 ‘작대기를 이용해 셀카를 찍는’ 모습은 58년 뒤 특허로 등록된 셀카봉의 아이디어 상당부문을 차지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후발 기술의 아이디어가 어쩌면 진일보 하지 못한 증거물로 제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자칫 등록된 특허가 무효화할 수도 있다는 얘긴데요. 더군다나 최근 인사동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지팡이 아이스크림’의 경우 특허출원 전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 때문에 등록된 특허가 무효라는 결정 (특허심판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미현 특허청 심사관은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이미지에서 나타난 기술적인 구성, 즉 내용을 살펴볼 때 (일본 셀카봉 특허의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가정 하더라도) 특허가 무효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유권해석 했습니다.
1920년대 영국 부부의 셀카 사진의 경우 셀프타이머 카메라가 개발되기 이전에 단지 막대를 이용해 셔트를 누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 개발된 셀카봉의 도면에서 보면 기술이 세세하게 적시돼 있습니다.
영국 부부의 사진은 특허 무효의 증거물로도 채택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등록 특허를 무효화하는 기준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즉 주지의 사실이 아니라 극히 사적인 사진에 머물고 있어서입니다.
특허 무효의 판단 기준에서 보면 공개 시점이 중요하다고 이미현 심사관은 말했습니다. 영국부부의 셀카봉 사진의 공개시점이 최근 (12월 20일 전후 신문에 보도)이라는 점에서 원조 셀카봉 특허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제로(0)”라는 지적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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