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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보다 '커플'이 내수 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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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지난 20일 서울 신촌에선 초대형 미팅 행사인 ‘솔로대첩’이 열렸다. 미혼이면서 애인이 없는 솔로 남녀가 특정 음식점을 방문하면 주최 측에서 이성을 가까운 자리에 배치해준다. 지역 상권도 살리고 솔로는 연애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1석2조인 셈이다. 청년 창업가들로 뭉친 ‘새마을미팅프로젝트’(새미프)가 주최했는데 참가자가 1200명에 달했다.

성탄절 전에 ‘솔탈’(솔로 탈출)을 해보려는 젊은 층의 호응이 높았다는 얘기다. 영화관 체인인 CJ CGV에 따르면 지난 25일 하루 관객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가운데 62.3%가 2인 관람객이었다고 한다.

커플이 없다면 연말 내수가 휘청거릴지도 모르겠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1인 가구를 이미 주목하고 있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3.9%로 급등했다. 스웨덴(47.0%)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미국(26.7%) 수준에 육박한다.

LG경제연구원은 올초 ‘1인 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확대 효과가 2020년까지 3.1%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감소 효과(-1.6%)를 크게 상쇄한다.

1인 가구의 씀씀이가 그만큼 많아서다. 2012년 기준 30대 이하의 1인당 소비지출은 1인 가구(140만원)가 2인 가구(112만원)보다 25% 많았다. 전 연령대로 봐도 1인 가구의 1인당 외식비가 2인 가구보다 27% 많았다. 의류 소비는 12%, 술 소비는 30%, 담배 소비는 64% 많았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싱글 소비의 전형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발버둥이 활발할수록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어쨌거나 늘어난다.

그런데 독신 경제의 힘도 거기까지다.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는 인구가 많을수록 사회는 고령화한다. LG경제연구원은 2020~2030년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감소 효과(-3.7%)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비 증가 효과(2.6%)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으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애 실상을 보면 그렇다.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내 미혼인구 1500명(18~49세)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성친구가 있다’는 응답은 남성 33.8%, 여성 35.6%에 그쳤다. 결혼적령기를 지난 것으로 평가되는 35~39세 남성(27.4%)과 여성(27.3%)은 10명 중 7명이 ‘솔로’다.

일본을 또 비교하게 된다. 일본 메이지 야스다 생활복지연구소(MYILW) 집계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22%, 30대 남성의 15%만 연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문제가 컸다. 일본 여성 대다수는 잠재적 배우자의 연수입을 400만엔 정도로 기대하는데, 30대 남성의 불과 26.7%만 여기에 부합한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싶은 데 또는 연애를 하고 싶은 데 능력이 안 된다는 ‘좌절감’은 한국에서도 위험수위다. 한국은행은 결혼 건수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고용과 주택가격 불안을 지적한 적이 있다. 임시직 비율이 1%포인트 오르면 결혼이 330건 줄고, 실업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최대 1040건 줄어든다.

경제적 문제는 미혼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큰 압박이다. 남성의 경우 무소득자, 실업자, 비정규직 순서로 결혼 확률이 낮았다. 여성은 고용, 소득 수준과 결혼의 상관 관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소득 5000만원 이상 남녀(25~39세)의 평균 교제 횟수(4.7회)는 2000만원 미만(2.4회)의 두 배였다. 그 윗세대들은 ‘결혼해서 전셋집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용기가 없다’며 이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결혼비용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은퇴가 겹친 50~60대들이다.

커플들이 연말 도심을 메울 때, 인터넷 게시판은 ‘자가용도 없는데 무슨 연애냐’는 싱글들의 자조적인 목소리로 가득 찬다. 솔로대첩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어 보인다.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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