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금리·증시 부진에 대기성 자금 급증
ELS 발행 46% 늘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내년에도 변수 많아 만기 1년내 자금운용을"
[ 김일규/송형석 기자 ] ‘투자 빙하기 속 홀로 빛난 주가연계증권(ELS).’
올해는 은행 예금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데다 주식과 부동산시장도 갈팡질팡하면서 갈 곳 잃은 돈들이 수시입출식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대기성 상품으로 대거 몰렸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ELS가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떠올랐다. 내년에도 지수형을 중심으로 ELS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도 적잖은 돈이 몰렸다.
◆올해 ELS 발행액 46% 급증
올해는 기준금리가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0.5%포인트 인하돼 가뜩이나 낮은 은행 예금 금리를 밀어 내렸다. ‘예금으로 재테크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올해처럼 실감 난 해도 없었다.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서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뒷심부족을 드러냈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은 관전 모드로 돌아섰다. 그 결과 단기 대기성 자금은 폭증했다.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은 올 들어 11월 말까지 37조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증가액(약 27조원)보다 10조원 많은 규모다. MMF도 약 27조원 늘었다. 지난해 MMF 증가액 3조원의 9배다.
투자상품 가운데선 ELS가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판매된 ELS는 공모와 사모를 합해 66조원어치에 달한다. 지난해(약 45조원)보다 46% 늘었다. 상환 시기가 돌아오지 않은 ELS 잔액도 56조2000억원으로 41% 높아졌다.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증시 자금이 ELS로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에서도 ELS를 응용해 만든 파생상품들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퇴직연금들이 ELS 편입 비중을 늘린 것도 시장 확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종목형 ELS는 기초자산 가격 급락으로 원금 손실 피해를 입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과장은 “내년에도 개별 종목이 아닌 주요 국가지수로 만든 ELS와 은퇴자들을 위한 월지급식 ELS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금 대신 채권도 ‘주목’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은 올해 예금 대안으로 관심을 받았다. 작년 말 56조원이던 채권형펀드 잔액은 지난 11월 말 70조원으로 14조원가량 많아졌다. 지난해 증가액(약 10조원)보다 40% 늘어난 규모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평가이익 기대가 작용한 것이란 진단이다.
반면 주식형펀드는 주요 금융 상품 중 유일하게 돈이 빠져나갔다. 작년 말 85조원이던 잔액은 올 11월 말 79조원으로 6조원 줄었다. 간판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한 탓에 뚜렷한 상승동력이 없어 박스권 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1월2일 1967.19에서 시작해 26일 1948.16으로 마감했다.
주식의 대안으로는 신종 펀드가 주목을 받았다. 셰일에너지와 관련한 인프라에 투자하는 미국 마스터합자회사(MLP)펀드 등이다. 신종 펀드에는 올 들어 11월 말까지 14조원이 유입됐다.
내년 재테크 기상도도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내년 경기가 별다른 반등 없이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이에 따라 투자 기간을 너무 길게 잡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비롯해 내년 금융시장에도 변수가 많다”며 “투자 때 만기를 1년 내로 짧게 가져가며 상황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일규/송형석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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