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일 기자 ]
대구경북협력지사장으로 내려와 현장에서 공무원, 업체, 해설사, 지역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장을 둘러볼수록 적잖은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협력지사장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런 적폐(?)가 해소된다면 돈 안 쓰고도 지방관광 발전을 10년 정도는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국내 관광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A급 콘텐츠를 위해 B급 두세 개를 포기해야한다. B급이란 트렌드에 맞지 않고 한물간 콘텐츠, 고객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저질 콘텐츠, 단순 복사 수준의 모방 콘텐츠다. 감동도 없고 차별화도 안 되는 축제, 공원, 전시관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지고 있다. 지방의 역량 부족 탓도 있지만, 예산에 맞춰 적당히 하기, 정치적 형평성을 위한 나눠먹기 탓이 더 크다. 소수의 A급 관광콘텐츠가 지방 관광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소수의 A급을 위해 다수의 B급 콘텐츠와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둘째, 효율적이고 기다릴 줄 아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여러 지자체가 전략이 없거나 마케팅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초점이 불분명한 사업도 다수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전시성 사업들의 비중이 높다. 능력에 맞게 타깃 시장을 좀 더 좁혀야 한다. 다양한 사업을 실험하되, 전시성 사업은 꾸준히 줄여 나가야 한다.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업의 절반 이상은 전시성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지속가능한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인기가 없더라도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마케팅이 10년 뒤 지역주민들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줄 수 있다.
셋째, 이기주의를 극복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방자치제의 부작용으로 고질적인 부당 민원이 많이 생긴다. 유망한 관광자원이 장기간 방치되고, 훌륭한 자원도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관광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지자체에 관련 부서가 늘어나고 있어도 부서 간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예산은 두 배로 늘어나는데 효과는 반감되는 형국이다. 이기주의를 극복할 합리적이고 강력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 세 가지를 시행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돈보다도 더 큰 용기와 헌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만나본 지자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열심히 노력한다. 모범사례로 꼽히는 우수한 지자체들도 있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좋은 기업도 혁신 기업에 뒤지면 망하는 세상이다. 좋은 지자체로 남을 것인지 혁신하는 지자체로 올라설지, 선택은 각 지자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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