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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특별기획] 근로자끼리도 계급差…대기업 노조는 말로만 "비정규직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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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정규직 울리는 대기업 노조



[ 백승현 기자 ]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임금·단체협상.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사내 생산공정 및 상시업무 하도급 금지와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동료들을 챙기는 듯했다. 협상 결과는 아니었다. 정규직 근로자 1인당 기본급 9만7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500%+850만원 등 1인당 2879만원의 임금 인상만 있었을 뿐, 비정규직 처우 개선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 노조가 정규직 임금을 더 받기 위해 막판에 이 요구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가면극’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정규직과 함께하겠다’는 정규직 노조의 구호는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정규직 공고화

정규직 노조의 ‘철옹성’이 시작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부터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에 요구한 첫 주문은 노동시장 유연화였다. IMF의 압박에 의해 김대중 정부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여야는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파견업종을 32개로 제한했다. 근로자 보호를 명분으로 ‘2년 후 정규직 전환’도 못박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기업들은 정규직을 늘리지 않기 위해 파견근로자를 2년마다 교체했다. 사내하도급이란 편법도 급속히 퍼졌다. 이른바 ‘풍선 효과’였다.

그렇게 비정규직이 늘어가는 동안 정규직은 노조를 앞세워 기득권을 키웠다. 이직과 채용시장이 유연해지고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만 벌어졌다.

2007년 7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장과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며 도입한 ‘기간제법’도 결국 정규직 밥그릇만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법 취지와 달리 정규직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기업들은 2년마다 비정규직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었다. 대기업 노조는 업무성과가 부진해도 해고조차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존폐 기로에 놓인 기업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정리해고도 힘들어졌다. 2009년 쌍용차 노조의 평택공장 점거, 2010~2011년 한진중공업 농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철옹성을 쌓아가는 동안 늘어가는 비정규직은 한숨만 쉬어야 했다.


정리해고도 힘든 노동경직성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23만1000원이다. 이 중 정규직 근로자는 260만4000원으로 비정규직 근로자(145만3000원)의 1.79배에 달했다. 임금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규직 임금은 2005년 184만6000원에서 2014년 260만4000원으로 41.1% 증가한 데 비해 비정규직 임금은 115만6000원에서 145만3000원으로 25.7% 오르는 데 그쳤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1그룹)과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2그룹)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1그룹의 급여가 월평균 392만원이고, 2그룹은 134만5000원이다. 임금 외에 사회보험과 각종 복지 혜택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은 1그룹이 각각 99.5%와 99.8%인 데 비해 2그룹은 34.2%와 40.9%에 그쳤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중 1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7.4%(136만3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2그룹 근로자는 26.4%(485만2000명)에 이른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나친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에 좋은 일자리가 과도하게 보호받으면서 (일자리 부족으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가 질 좋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상급단체에서는 ‘기획소송’도

사실상 수직계열화돼 있는 노동계의 ‘먹이사슬’도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1인당 통상급의 평균 1% 안팎을 조합비로 걷어 금속노조에 연간 144억원을 내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은 곧바로 조합비 인상으로 연결되다 보니, 노조는 해마다 임금 인상 요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사측으로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지를 줄이게 된다. 현대차 울산5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1년차 생산직 연봉은 7000만원에 육박하지만, 사내 하도급 10년차 비정규직의 연봉은 많아야 5500만원 수준이다.

정규직 임금 인상은 사내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에게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인상은 하도급업체 납품단가 인하로 직결, 하도급 근로자들의 임금 및 처우 개선 여지는 더욱 부족해지는 구조다.

■ 특별취재팀=하영춘 금융부장/차병석 IT과학부장/정종태 정치부 차장/박수진 산업부 차장/안재석 IT과학부 차장/이태명 산업부 기자/임원기 경제부 기자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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