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투자 걸림돌 아냐 … 소득 주도 성장정책도 한계"
[ 김봉구 기자 ] ‘동반성장 전도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사진)가 현 정부의 규제 개혁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 전 총리는 16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21세기 한국자본주의 대논쟁’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동반성장이 저성장과 양극화에 빠진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반성장연구소와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특히 정부의 핵심 정책인 규제 개혁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규제 타파를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려 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규제는 투자의 주요 걸림돌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반대 입장을 개진했다.
이어 “현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개인 소비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짚은 뒤 “하지만 개인 소득은 증가를 유도하기 힘들 뿐 아니라 소득이 늘더라도 침체된 사회 분위기와 미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가 늘어날 리 없다”고 꼬집었다.
성장 일변도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정 전 총리는 “1960~1970년대는 소수 선도부문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고, 일정 정도의 편법까지 용인하면 성장이 촉진되고 고용이 확대될 수 있었다” 면서도 “저개발 상태에선 성장이 최선의 복지정책이 될 수 있었지만 이미 한국 경제는 그 단계를 지난 지 오래 됐다”고 진단했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팀의 성장 위주 정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규제 개혁과 성장 촉진으로 이어지는 현 정부의 정책과는 다른 방향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재벌 개혁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하는 등의 노력을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과도한 규제’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며 “그것보다는 불법과 편법, 경제력 남용이야말로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요소다. 불법과 편법을 근절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동반성장이 ‘기업의 이익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전 총리는 “기업의 이익 극대화는 최소한 사회의 법률을 준수하는 기업, 자본주의 시장의 게임 규칙(rule)을 준수하는 기업이라는 전제를 우선 충족해야 한다” 며 “이익 극대화를 기업의 유일한 목표로 간주하는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이 중소상공인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한 관행을 정당화시켜주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선도 부문의 성장 효과가 아래로 흐르는 ‘낙수(top-down) 효과’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 거꾸로 내수 수요가 증가하는 ‘분수(bottom-up) 효과’의 선순환적 결합을 통한 동반성장만이 한국 경제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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